[나를 알아가는 시간]
2012년 6월 18일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 올라온 첫날 정말 막막했습니다. 통장 잔고는 거의 0에 가까웠고, 어머니께 신용카드를 하나 빌려서 올라왔습니다.
다행히 친구가 삼성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서 2주 정도 신세를 졌습니다.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한 PSWC 1기의 멘토였던 대표님의 회사에서 일할 수 있어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고, 회사 사택도 구해주셔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회사 사택은 불광역 근처에 있는 4층짜리 빌라의 반지하방이었습니다. 방은 총 2개가 있었고, 화장실과 주방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지하방을 경험했지만,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숙식이 해결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회사와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 사택에 저 혼자 사는 것은 아니었고, 함께 일하던 인턴 개발자와 함께 살았습니다. 큰 방에서 함께 살았고, 이후에 정규직 개발자 한 분이 더 입사하셔서 그분은 작은 방을 쓰셨습니다. 같은 남자들끼리고 다들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지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살았습니다.
처음 이사를 갔을 때, 방에서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았습니다. 안테나가 1개가 겨우 터질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다가 해결책을 하나 찾았습니다. 통신사에 전화해서 안테나가 잘 안 터진다고 말하면 되었습니다. 고객센터에 접수를 하면 방안에 중계기를 설치해 주셨습니다. 그 뒤로는 안테나가 빵빵하게 잘 터졌습니다. 저는 KT였고 룸메는 SKT였는데, 중계기 2개를 다 설치했었습니다.
집 근처에는 여기저기 맛집이 많았습니다. 특히 만두집과 순대국밥집이 생각나는데요. 만두집은 정말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만두집이어서 야밤에 배고플 때마다 가서 먹었습니다. 순대국밥집은 제 인생의 순대국밥집이었습니다. 국물보다 고기양이 더 많을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건더기를 좋아하는 제게는 최고의 가게였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 집에서 추억이 있습니다. 어느 날 현관 벨이 울렸습니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 집에 벨이 울려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나가보니 3층에 사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이 건물주님 대신해서 다른 세대들을 챙겨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찾아오신 이유는 그때 초대형 태풍이 온다는 예보 때문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창문이 깨지거나 욕실 하수구가 역류해서 물에 잠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TV 뉴스에서 보는 상황이 제게 닥친 것 같았습니다. 너무 놀랬습니다. 어찌해야 하냐고 여쭤보니, 집 창문 바깥쪽에 나무판자를 대 놓으면 창문이 깨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하수구에는 걸레로 꼭 막아놓으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역류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날 밤 정말 조마조마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행히 태풍은 제게 큰 시련을 주지 않고 흘러갔습니다.
회사를 퇴사하고 공동창업자들과 집을 합치기 전까지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살았지만,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산 집이어서 그런지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는 불편한 것도 많았고 고생도 했지만, 훗날 제 성공스토리에 밑거름이 되어줄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독립을 했을 때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