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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외에 ‘정’을 느낀 곳이 있나요?

[나를 알아가는 시간]

by Changers

아프리카 TV에서 행복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고정 매니저 중 한 명인 친구가 제게 쪽지를 보냈습니다.



"형, 채널을 더 키우기 위해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인천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인 인다모(인천사람 다 모여)라는 곳에 가입을 했습니다. 가입자 수가 50,000명가량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인천의 각 구별로, 나이별로 그룹이 있었고, 각 그룹마다 관리자가 있었습니다. 총 관리자 및 운영진도 있었습니다. 체계적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총 관리자님께서 페이스북 그룹에 벙개를 쳤습니다.



"모래 저녁 8시에 주안에서 벙개 있습니다."



저는 댓글로 신청하고, 벙개에 참석했습니다.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놀랐습니다. 새롭게 온 사람들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면, 서로 자유롭게 자리를 옮겨가며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뭔가 모르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항상 일과 연관된 사람들만 만나왔던 제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처음부터 제 목적을 말하는 것이 조금 그래서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술이 한잔 두 잔 들어가면서 용기가 생겨서 사람들에게 어필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BJ들도 종종 온다고 했습니다. 테이블마다 내 채널에 대해서 알렸는데, 많은 분들이 내일 저녁 방송 때 방문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술이 취한 상태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들어온 사람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커뮤니티를 활용한 시도는 실패로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날 알게 된 사람 중 웨딩홀 관련 사업을 하는 누나가 있었습니다. 며칠 뒤, 그 누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너 오늘 뭐 해?"


"저 방송하고 일하지요."


"저녁에 시간 되면 놀러 와. 너네 집 근처에서 다른 커뮤니티 모임 있다."


"네, 이따 방송 끝나고 상황 봐서 갈게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송이 끝나고 약속 장소에 갔습니다. 누나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해당 커뮤니티의 총 관리자와 인사를 나누고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커뮤니티 이름은 인삼주였습니다. 인천 삼십대 주당의 약자였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저지만, 내 방송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온 김에 동네 사람들이니 친하게 지내야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술이 한잔 두 잔 들어가면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인다모 때보다 더 끈끈함이 느껴졌습니다. 서로 더 챙겨주려고 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무서운 동네라는 부평이었지만, 인간미만큼도 전국에서 최고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서울에서 느껴보지 못한 정을 느꼈습니다. 제 고향에서 느꼈던 그런 정이 느껴졌습니다.


다음날 방송을 켰습니다. 근데 모르는 사람들이 여러 명 들어왔습니다.



"형,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너 어제 잘 들어갔니?"



어제 인삼주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기존 시청자들과 새로운 시청자들이 어우러져 즐겁게 대화 나누며 방송을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별 풍선도 터지고, 그에 대한 리액션도 했습니다.


가입자 수 50,000명인 커뮤니티보다 800명인 커뮤니티가 제게 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친구도 저와 결이 맞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과 오래가는 것처럼, 커뮤니티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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