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 다 했어!”
“그래 지훈아 수고했다. 별일 없었지.”
“응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신경 좀 썼지. 아무도 못 봤을 거야.”
“우슈아이아 가는 길 그렇게 좋았어?”
“응 괜찮았어. 아버지 취향이더라고. 설산과 호수 사이로 이어진 길이었어.”
“이제 어떡할 거야? 우슈아이아에 렌터카 반납하고 바로 비행기 탈 거야? 아니면 파타고니아 천천히 둘러보면서 엘 칼라파테로 돌아가서 비행기 탈 거야?”
“지금 호텔은 두 밤 더 예약 한 거지?”
“응 요금 다 이미 내가 카드로 지불한 거야.”
“오늘 자면서 생각해 볼게. 운전하기는 좀 지겹지만 내 평생에 여기 다시 오겠어?”
“그래 피츠로이랑 토레스 델 파이네도 가봐. 그렇게 좋다는데...”
처음으로 누나와 통화했다. 아버지가 유언한 대로 다 했다는 것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한다. 분골 덩어리와 함께 이동하고 잔다는 것이 사실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내일은 온전한 하루가 해야 하는 일 없이 내게 주어졌다는 것이 너무 좋다. 지금 이 홀가분한 기분으로 오늘은 한 잔 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