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
배드민턴 복식경기는 2:2로 하는 것인데, 어느 날 복식경기를 관전하고 있는데 한 분이 "3:1로 경기하는 것 같네!" 하신다. 그분 파트너의 행동반경이 너무 커서 그분이 힘들어하셨다. 니 볼, 내 볼 없이 넘어온 모든 볼을 쳐대니 그분이 설 자리가 없었다.ㅎㅎ
그러면서 생각했다. '파트너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
파트너와의 궁합이 중요한 복식경기는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가 있다. 공 하나를 놓고 2:2로 겨룬다. 독특한 방식이다. 농구는 다섯 명, 배구는 여섯 명, 야구는 아홉 명, 축구는 11명이니 파트너가 아니고 팀이다. 따라서 궁합이 아니고 팀웤이 중요하다.
궁합(宮合)은 혼인할 남녀의 생년월일과 시간을 음양오행에 맞추어 부부로서의 길흉을 예측하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과거에는 혼인을 하기에 앞서 반드시 거치는 과정으로 궁합이 나쁘면 혼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평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이들과 인연이 되어 희로애락을 겪는다. 뜻이 통하는 이를 만날 수 있고 뜻이 달라 반목하는 이들과 인연이 되기도 한다. 귀인을 만나 성공을 하는 경우가 있고 악연을 만나 고통을 겪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인연이 된 이들과 앞날에 좋은 인연이 되기를 원한다. 좋은 운에는 운만큼 좋은 이들과 인연이 되고 안 좋은 운에는 운만큼 고통을 주는 이들과 인연이 된다. 인연이 된 이들과 함께 했을 때 미래에 어떠한 결과가 있는지를 알고자 보는 것이 궁합이다. - 위키백과에서 -
부부가 궁합이 맞아야 잘 산다. 속궁합이니 겉궁합이니 하는 말도 있지만 궁합이 중요하다며 결혼 전에 신랑신붓감의 궁합을 본다. 궁합이 나쁘지 않다면 안심하고, 궁합이 아주 안 좋다고 하면 이 결혼을 파투 내야 할 명분으로 삼는다. 예전에는 이렇게 파투 난 결혼도 분명 있었다. 한심한 일이지만…
살아보지 않고 어떻게 신랑신부의 궁합을 미리 안단 말인가? 미래를 알고 싶은 미개한 사람들의 조바심이 빚어낸 결과다. 한 치 앞의 운명도 모르는데 몇 년 또는 몇십 년의 미래를 어찌 가늠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부부는 공생관계다. 결혼은 공생계약이다.( https://brunch.co.kr/@jkyoon/520 )
배드민턴 복식 파트너와도 공생관계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며 협력하는 관계다. 15분 내지 20분 정도의 공생이다. 공격 시의 자리와 수비할 때의 위치가 다르다. 그러나 초보일 때는 지금이 공격타임인지 수비타임인지도 분간이 잘 안 된다. 내가 그랬다. 무조건 열심히 뛴다. 죽어라고 달려가 셔틀콕을 쳐 넘기기 바쁘다. 공격과 수비의 포메이션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알고 나면 보이지만, 이해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공격하고 있는지 수비해야 할 때인지는 맥락을 알아야 한다. 본인이나 파트너가 어렵게 하이클리어를 했다면 수비자세와 위치를 잡아야 하고, 스매싱할만한 공이 떠오르면 가까운 사람이 냅다 갈겨야 한다. 동시에 파트너는 전위로 나서면서 공격대형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맡아야 하는 내 공이 있고, 파트너가 맡아야 하는 니 공이 있다. 처음 라켓을 잡고 경기를 할 때는 내 위치를 모르니 내 공인지 파트너 공인지가 항상 애매했다. 그것이 제일 힘들었다. 원래 애매모호함이 견디기 힘들다.( https://brunch.co.kr/@jkyoon/134 ) 이제는 좀 보인다. 일 년 이상치고 나니, 니 공인지 내 공인지가...
궁합이 맞는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오래 잘 살듯이, 궁합이 맞는 파트너랑 같은 편이 되면 게임이 훨씬 재미있다. 당연히 실수도 적고 게임을 승리할 확률도 높아진다. 궁합이 안 맞는 파트너랑은 둘 모두 실력 발휘가 안되고 게임도 질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항상 궁합이 맞는 파트너랑 같은 편이 될 수는 없다. 넷의 실력을 가늠하여 제일 잘하는 사람과 제일 안 되는 사람을 항상 한편으로 묶으니...
3:1로 게임하는 것 같다던 분은 넷 중에서 제일 잘하는 분이 확실하다. 니공 내공 없이 모든 공을 따라가는 초보와 같은 편이었던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