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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y 09. 2024

키르기스스탄 0


키르기스스탄 출발 날짜(6월 22일)가 점점 다가온다.( https://brunch.co.kr/@jkyoon/663 ) 왕복비행기표 외에는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고, 단독배낭여행이니 남에게 의지할 수도 없다. 오로지 15박 16일 일정을 내가 짜야한다. '키르기스스탄이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는 것은 알프스 산맥이 스위스를 덮고 있고, 텐샨 산맥이 키르기스스탄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코카서스 산맥이 있는 조지아는 '가성비 좋은 스위스'라고 했다.)


키르기스스탄에 대해 별로 아는 것 없으니 일단 정보를 모아야 한다. 내 주변에 가본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유튜브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찾아보자...


많은 한국 사람들이 키르기스스탄을 여행하며 많은 영상을 유튜브에 남겼다. 주로 이식쿨 호수와 알틴아라샨 계곡을 거쳐 알라쿨 호수를 갔다. 이식쿨 호수 다음으로 큰 송쿨 호수 영상도 간간이 있고, 키르기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오쉬라는 도시(문화 수도라고도 하며, 실크로드 상의 도시지만 수도 비슈케크와의 교통편이 생각보다 열악하다.)와 세 번째의 탈라스란 도시도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전체 지리와 교통망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산재해 있는 역사 유적과 정말 많은 트레킹 코스와 크고 작은 호수들이 구글맵과 내 의식 속에 정리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유튜버들의 영상을 거의 섭렵하니, 유튜브 홈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양인들의 키르기스스탄 관련 동영상을 내게 추천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조회수가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지 영상의 레벨이 상당히 전문적이다. 드론을 이용하여 계곡을 조망한 영상과 고갯길의 에지를 정말 실감 나게 하늘에서 보여주는 영상들이 넘친다. 지표면을 걸어 다니는 인간의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영상들을 거실의 평면 TV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영상이 나오면 어디서 찍은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키르기스스탄의 풍경이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이렇게 전경이 익숙한데 굳이 가서 내 눈으로 볼 필요 있을까?' 땅을 기는 인간의 눈으로 아무리 직접 열심히 봐야, 드론으로 하늘에서 찍은 프로들의 영상만 못할 텐데..


굳이 혼자 배낭여행을 떠날 이유가 있을까?


6월 22일이면 해가 일 년 중 제일 긴 하지 전 날이라 낮이 충분히 길다. 시기는 잘 잡았다. 그렇지만 키르기스스탄의 문제는 해발고도다. 7000미터급 봉우리가 여러 개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고갯길 소위 패스는 보통 고도가 3500미터 이상이다. 심지어 송쿨 호수는 고도가 3000미터가 넘는다. 대부분의 트레킹 코스의 고도가 높다는 것이다.


고산병이 걱정된다. 난 고산병에 취약하다. 인도 히말라야에서도 크게 고생했고, 마추픽추와 우유니 사막에서도 매우 고생했다. 다행히 고산병으로 죽지는 않아 어르신이 되었지만, 고산증세를 결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남미 여행 이후로 다시는 3000미터 이상에서 숙박하거나 머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7월 초 여름이라도 높은 산에서는 밤에 매우 춥다. 만약 산에서 잘 생각(텐트는 진작에 포기했고, 키르기스스탄의 유목민 숙소인 유르트)이라면 완전 겨울 산행 숙박 준비를 해야 한다. 침낭도 가벼운 여름침낭으로는 안된다. 겨울침낭을 비롯한 패딩 옷들이 필수다. 트레킹에 스틱은 기본이고, 아주 편한 등산화와 심지어 아이젠도 갖고 가야 한다. 3000 미터 이상에서는 초여름에도 눈이 있다.


백패커가 되어야 키르기스스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 나이(65세)에 백패커가 되고 싶지 않다. 65년을 살아내니 점점 불편한 것들 천지다. 2년 전부터 양압기 없이 잔 적 없다.( https://brunch.co.kr/@jkyoon/495 )낮잠은 거의 안 자지만 야간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날 낮잠 잘 때도 양압기를 사용한다. 비데 없는 화장실 끔찍하다. 동남아의 대부분의 숙소는 비데 대용의 물총이 변기 옆에 있다. 아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일본의 국적항공사 JAL과 ANA는 장거리 광동체 비행기 화장실에 비데가 있다고 한다. 꼭 함 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아침에 기상하면 관절과 근육들이 아주 뻣뻣하다. 한 시간 정도는 지나야 말랑말랑해진다. 조조강직 때문이다.( https://brunch.co.kr/@jkyoon/643 ) 이런 몸과 이런 까다로움을 갖고 백패커는 못한다. 와이파이와 전기(에어컨과 양압기를 위한)가 있어야 하고, 따뜻한 샤워가 가능해야 하고, 빈대 없는 침구가 있어야 한다.


동남아나 갈 것을 괜히 일을 크게 벌였나?


가장 근사한 키르기스스탄 영상!!!

https://youtu.be/GwU-Ot0Ge5Y?si=JCGyZEm7ZCvnO9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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