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삼다 삼무
한국에서 방글라데시는 매우 낯선 곳이다. 네팔이나 스리랑카, 인도 등 다른 남아시아 국가처럼 매력적인 여행지로 알려진 곳도 아니다. 사실상 대다수 사람들은 방글라데시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도 정보는 매우 한정적일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다.
우리가 하는 활동 때문에 방글라데시에 대해 묻곤 하는데 인사치레 묻는 대답에 너무 진지하고 장황하게 설명해 버리거나, 지나치게 단문으로 대답해버리는 등 강약을 조절하지 못해 당황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방글라데시를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생각한 게 바로 방글라데시를 삼다 삼무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상황에 따라 삼다 삼무가 조금씩 변한다는 건 안 비밀)
한쪽으로 치우친 편견을 조금 거두어 내고, '방글라데시'라는 나라에 대한 자그마한 호기심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며....
삼다 1. 사람
방글라데시의 인구는 1억 6740만 명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지만 인구밀도로는 방글라데시가 가장 높다. 면적은 143,998㎢(94위)로 대략 남한의 약 1.5배밖에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 인구의 3배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는 셈이다.
방글라데시만의 문제라고도 할 수 없지만 특히 도시에 과밀하게 밀집한 사람들로 거주지 부족과 교통난, 위생문제, 기초시설 부족 등 도시 빈곤의 만성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높은 인구 성장률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인적자원으로 성장 잠재력이기도 하다.
삼다 2. 자연재해
방글라데시는 사이클론, 홍수, 극단적인 기후 및 가뭄, 산사태, 해일, 지진, 낙뢰사고 등 많은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많은 사람들이 방글라데시 하면 홍수나 사이클론으로 인한 기후난민의 모습을 떠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강(230여 개)이 많고, 육지의 40%가 1미터 미만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은 내륙 및 해안 홍수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경작지 등 토지 면적이 유실되고 수십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삼다 3. 난민
방글라데시는 100만 명이 넘는 로힝가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난민을 발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2012년과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로힝가 반군 토벌작전(인종청소)으로 대규모의 난민 발생했고, 이웃나라인 방글라데시는 100만 명에 가까운 로힝가 난민을 받아들였다.
독립전쟁이 있던 1971년, 9개월 동안 1천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여 이웃나라인 인도로 유입됐다. 또한 과거 군부정권의 소수민족 탄압 정책으로 치타공 고산지역의 줌마족을 비롯해 수많은 난민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 지역은 정치적 긴장상태가 여전하여 외국인의 경우 군 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삼무 1. 돼지고기
방글라데시 인구 중 90%에 가까운 사람이 이슬람교 믿고, 그다음으로는 힌두교, 그리고 대략 1% 정도만이 불교, 기독교 등 기타 종교를 믿는다. 무슬림이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대다수가 무슬림인 까닭에 방글라데시 내에서 돼지고기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삼무 2. 전기 및 인프라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전력 인프라나 전기 공급량은 여전히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력 수송과정에서의 손실률도 높으며, 정전도 잦다.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력뿐 아니라 상수도 이용을 위한 정수시설과 기초시설 및 도로, 철도 등 수송 인프라 부족을 겪고 있다.
여행지로서의 방글라데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여행지들이 많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수도와 주요 도시를 제외하고 여행자를 위한 호텔, 식당이 많지 않아 여행 인프라 개발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삼무 3. 거버넌스
1971년 독립전쟁을 통해 나라를 건국하고 현재까지 20여 차례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고 그중 3번이 성공하여 정권이 교체됐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극단적인 정치 대립 상황과 테러, 종종 폭력시위로 변질되어 버리는 ‘하딸’이라는 연대 동맹파업 등 방글라데시의 혼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부정부패도 만연하여 매년 발표되는 국제투명성기구(TI)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2005년 차드와 함께 158개국 중 158위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180개국 중 149위로 여전히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45위, 최하위 국가에는 예멘, 북한, 남수단, 시리아, 소말리아 등 내전 중인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버넌스의 부재가 아이러니하게도 NGO가 성장할 기회로 이어졌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 대출 은행이자 사회적 기업인 '그라민뱅크'는 1974년 당시 무능력했던 정부로 인해 많은 사상자를 냈던 벵골 기근의 영향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라민 뱅크와 창립자 무함마드 유누스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는다. 그리고 빈곤 퇴치를 위한 혁신적인 개발 프로그램을 발전시킨 BRAC의 영향력은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카리브 해안의 아이티 등 11개국에 이른다. 2013년, BRAC은 세계 100대 NGO에서 1위로 선정됐다. (스위스 <글로벌 저널> 발표)
관료주의, 부족한 인프라, 부정부패와 불안한 정세 등 방글라데시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한 때 인구의 30%가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아시아 최빈곤 국가’로 불렸지만, 곧 최빈국 졸업을 앞두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이자, 청년의 비율이 30%로 높아 젊은 국가로 미래에 대한 잠재력과 기회의 땅으로서의 가치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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