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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Dec 09. 2016

미완의 혁명은 또 다른 혁명의 시작

방글라데시의 샤허박과 광화문광장

"하야" , "즉각 퇴진"

2016년 대한민국의 겨울, 광장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대통령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광장으로 나왔고 부모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광장으로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질서 있고 평화롭게 자기의 목소리를 냈다. 촛불집회는 자유발언과 노래와 춤 그리고 그림, 자기가 가진 재능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축제로 발전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화문 광장을 보고 있으면 2013년 2월 그 뜨거웠던 방글라데시 샤허박(Shahbagh) 광장이 떠오른다.


2013년 방글라데시 샤허박(Shahbagh)의 모습 ⓒThe Daily Star

"사형을 선고하라"

2013년 2월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동안 반인류적인 범죄를 행한 전범자를 처벌하기 위해 40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는데, 너무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며, 사람들은 "사형"을 선고하라고 외쳤다.


2013년 그해, 방글라데시의 봄은 일찍 찾아왔다.

전범재판에 대한 판결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만 명의 사람들에 샤허박이라는 한 광장에 모였다. 

하지만 이전의 시위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예술가와 학생들이 시위를 이끌며 거리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은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다양한 공연을 통해 축제의 분위기로 시위를 이끌며 인권운동가나 학생들뿐만 아니라 크리켓국가대표팀 등 유명인들도 동참하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샤허박으로 모였다. 시위의 물결은 방글라데시 전역으로 퍼져 나가 전국에서 사람들이 광장마다 촛불 들고 모이기 시작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시위도 잦고 매번 폭력시위로 번져 외국인이 나에게도 무력시위는 익숙한 일상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평화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낯설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살벌한 구호와는 반대로 너무도 평화롭게 진행됐고, 청소년뿐 아니라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광장의 주인이 되었다. 그동안 과격한 무력시위보다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는 샤허박의 운동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음이 분명했다. 시민들은 새로운 시위문화를 반길 뿐 아니라, 역사의 순간에 동참하고 목격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은 장기간 게릴라성 시위로 방글라데시 전역에 걸쳐 치안과 정세를 불안케 한 폭력 시위에 보이콧 외쳤다. 폭력시위에 안녕을 고하고 평화적인 집회문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 달여간 지속하여온 샤허박의 시위는 정치적 압력으로 해산되고 다시 일부 과격단체의 폭력시위가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샤허박은 미완의 혁명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혁명의 시작임을 안다. 여전히 사람들은 샤허박에서의 한 달을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샤허박은 폭력과 불의, 부패에 대한 저항하는 참여 민주주의와 연대하는 시민사회의 상징이 되었다.


"처음이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습으로 광장에 모인 것은... 이상한 유언비어도 많이 돌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알고 있지요 내 눈으로 모든 것을 목격했어요. 정치적으로는 어떤 변화도 이끌어내지는 못 했지만 샤허박은 여전히 여기서(내 가슴속에서) 뛰고 있어요."


우리가 작년 다시 방글라데시를 찾았을 때 2013년 당시 고등학생으로 샤허박 광장을 지켰던 친구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우리에게 샤허박을 안내 했다.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한 사람들은 여전히 샤허박을 기억하고 제2의 샤허박을 기다리고 있다. 완성하지 못한 혁명은 또 다른 혁명의 시작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4.19 혁명에서 광주의 오월로, 그리고 이어진 6월 항쟁이 광화문의 촛불을 이끌어듯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사람들이 외치는 광장, 그곳이 변화의 시작이다.


2013년 방글라데시 샤허박(Shahbagh)의 모습 ⓒThe Daily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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