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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영아산통

4 ~ 6시간, 신생아 치고는 밤에 통잠을 종종 자던 생후 1개월 된 딸아이가 새벽에 깨서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우리의 단칸방이 위치한 오피스텔 건물의 이웃들이 대부분 자고 있을 새벽시간에 깬 아이는 쉬지 않고 2시간을 자지러지게 운다. 벌써 일주일 가까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평소에 잘 울지도 않던 아이가 새벽에 깨서 갑자기 자지러지게 우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기저귀도 갈아주고, 혹시나 몸에 땀이 차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싶어 옷도 갈아입힌다. 체온을 재봐도 정상이고, 특별하게 불편한 점이 없는데도 딸은 너무나 애처롭게 몇 시간이고 울어버린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도 달래지지 않는 아기를 안고 있는 아비는 어느 순간, 무릎을 꿇은 채로 울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다.


'제가 무엇을 잘못한 건가요?'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 새벽에, 이 작은 아이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건가요?'


'차라리 내가 아프겠습니다. 차라리 날 아프게 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아프지 않게, 울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눈가가 촉촉이 젖은 아비의 애처로운 기도도 그치지를 않는다.



#

아이는 영아산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루 2 ~ 3시간, 한 주 동안 최소 3회 이상, 생후 한 달이 조금 넘은 딸아이가 발작적인 울음과 보챔을 지속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영아산통이 맞았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고, 책도 찾아보고, 먼저 육아를 겪어본 지인들에게 물어보며 영아산통의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했다.


원인은 배앓이 때문이었다.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잘 못 시켜서, 아기 배에 가스가 차서 생기는 배 아픔이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배운 데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인 뒤에 트림을 시킨다고 시켰는데...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트림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 후, 분유를 먹인 뒤에 아이가 제대로 된 트림을 하기 전에는 절대로 눕히지 않았다. 이전보다 몇 배의 시간을 더 안고 있더라도 '그래 되었다!', 싶은 트림을 할 때까지 아이를 안고 트림을 시켰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니 새벽에 깨서 한참을 자지러지게 울던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눈물 나는 시련의 시기를 보낸 우리 단칸방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칸방의 임대인으로부터 방을 빼달라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뜻하지 않은 일로 연락해서 미안하다는 어조로 시작된 문자의 핵심 내용은 아기 우는소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변의 이웃들이 많으니 계약 만료까지 기간이 몇 개월 남았지만 미리 집을 알아보고 방을 빼달라는 것이었다.


한겨울로 접어드는 시기, 우리 단칸방의 오래된 방벽 너머의 바깥은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 시기에 갓난아이를 안고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수개월의 노력 끝에 이제야 겨우 우리 집이 될만한, 마음에 드는 신축빌라를 하나 찾았는데... 그러나 그 집은 아직 계약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나는 우리 단칸방의 임대인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임대인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한겨울로 향하는 시점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당장 이사를 갈 수 없으니 최대한 빨리 나간다고 하더라도 이 겨울은 지나야 가능하지 않겠냐고 솔직하게 말했다. 임대인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내 뜻을 수용해 주었다. 그리고 좋은 일인데 이런 연락을 하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내가 옆에서 괜찮다고 연신 어깨를 다독이는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딸아이에게 미안했고, 아내에게 미안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부족한 나머지 이런 상황까지 가족이 맞닥뜨리게 해서 미안했다. 더불어 배앓이로 고생한 딸아이만큼이나 고통받았을 주변 이웃들에게 미안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방을 미리 빼달라는 불편한 말을 꺼내기까지 고민했을 임대인에게 미안했다. 미안해서 눈물이 났고, 미안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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