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표정을 짓고 앉아 있어야 할지, 나는 전문사역자도 아닌데 얼마큼 대화에 참여하고 리액션을 해야 될지, 모르겠는 순간들 말이다.
다과상에 놓인 음식과 차를부족함 없었다는 느낌으로 살짝 남겨야 하는지, 너무 맛있었다는 뜻으로 싹싹 먹어야 하는지.어른들 말씀 중이신데 폭풍먹방을 하는 게 맞는 건지, 이거 애쓰고 깎아주신 거지만 그냥 구색만 갖춘 거라고 생각하고 음식이 남아도 둬야 하는 건지, 목사님들은 거듭된 심방 다니시느라 배부르실 테니 내가 이걸 책임지고 다 먹어치워야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차를 끓이고 준비할 때도 번뇌는 이어진다.
내가 여기 전 멤버들 중 가장 어린데, 어서 발딱 일어나 주방에 가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건지 그런데 남의 주방인데 들어가도 되는지, 내가 뭘 도울 수준이나 되는지, 오히려 훼방 놓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그러다 심방을 마무리할 즈음, 불시에 담임목사님이 갑자기 마무리 기도라도 하라고 시키실 때면 정말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말이 다 꼬이고 미쳐버릴 것 같다.
나는 방언기도를 할 때도 회중 중의 누군가
혹시라도 방언 '통역'의 은사가 있는 분이 계시진 않을까 해서 조용조용히 볼륨을 조절하며 기도한단 말이다.
나는 하나님께만 소곤소곤 내 마음을 아뢰고 싶다.
그리고 낮에 심방을 받으시는 성도님들은 대개 우리 부모님보다도 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라서, 이게 농담이신 건지 진담이신 건지 잘 모르겠는 때가 많다.
그러니 초보 사모이던 시절에는 감정소모가 더 컸던 것 같다.옆엣분들이 웃으시면 따라 웃고, 진지하게 계시면 얌전히 있고_ 따라 하기 바빴다.
그날은 나 말고도 부목사사모님이 한 분 더 심방에 갔던 날이다.
심방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그 사모님이 내게, "사모님, 이렇게 나갔다 오는 거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하고 웃으며 물으셨다. 나는 이미 현장에서 감정잔고를 다 써서 무표정의 무표정으로 있었는데 말이지.
"무슨 재미 말씀이세요 사모님?" 내가 되물었다.
할 말이 없을 땐 상대방이 한 말이나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 하라고 했어.
"네!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고 너무 좋잖아요?"
아아 그러시구나...
저는 혼자 집에서 라면 먹는 게 더 편하고 좋아요, 사모님.
#나만이상한앤가봐
#밥을어디로먹는지모르겠어
#적성에안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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