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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Dec 01. 2023

남의 선녀옷 입은 여자

사모라는 자리는 대체 몇 년차쯤 되면 적응이 될까요?

물론, 목사의 자녀로 사는 것보다 목사의 아내로 사는 것이 더 적응이 쉬울 것이다. 알고 선택한 것과 태어나보니 그렇게 된 것은 천지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웠다.

다른 사모님들은 대체 어떻게 적응하고 사는 건지

교회에서 보면 늘 행복해 보이는데 정말 그러신 건지, 궁금했다.

그런데 물어볼 곳이 없었다.

그런 질문을 아무에게라도 하는 순간, 나는 가시밭길 위에 서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마는 거니까.


남의 선녀옷을 훔쳐다 입은 채로 사는 기분이 들었다.

신혼의 즐거움마저 사라지니 나는 더욱 울적했다. 육아에 대한 책임, 사모로 사는 무게감, 외며느리로서 해내야 할 역할만 남아 나를 누르는 듯했다.





첫눈에

'아, 이분은 나는 행복해요 가면을 쓰지 않는 분이시구나' 하고 느껴진 분이 있었다.

프로 베테랑처럼 잘 하셨지만 솔직한 분이셨다.

둘만 있는 기회를 타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사모님, 저는요, 벌써 7년 차가 넘어가는데 아직도 계속 이 자리가 불편하고 적응이 안 돼요. 대체 언제쯤이면 좋아질까요?"


"자기야, 나는 삼십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적응 중이야~ 선교사로 있을 때는 거기서 원하는 모습이 있었거든? 그런데 한국 교회 들어와서 사역을 하니까 또 전혀 다른 세상인 거야.

아마 평생 적응만 하다가 끝날지도 모르겠어~

호호호"


아아, 이 옷은 평생 불편한 옷이었군요



목회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성도들과의 어려움, 사역자로서의 고뇌 등을 주제로 나누게 될 때면 늘 있어왔던 어른 목사님과 사모님의 조언들-

연차 때는 뭐 다 그럴 때다, 기도 많이 해라 등등의

구체적 솔루션은 없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들만 듣다가 20년은 족히 어린 꼬마 사모에게 본인의 솔직한 심경을  쿨하게 나누어주신 담임사모님의 말씀에 가슴 한 켠이 뻥 뚫리는 시원을 느꼈다.





#걸크러쉬

#솔직한매력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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