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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Nov 17. 2023

기름이 떨어지지 않는 집

시골 인심

서울에서 사역을 할 때는 그런 게 없었는데,

시골로 사역지를 옮기자 특이점이 생겼다.

우리 집엔 항상 기름과 꿀이 넘쳐났다.

아아, 할머니 권사님들이 주시는 '참지름', '들지름'의 고소함~

소주병에다가도 주시고, 빨강 노랑 뚜껑을 입은 방앗간 병에 받아서 신문지에 싸서도 주시고.


그것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말할 수가 없는 영역이다.

푸른 대자연의 정기를 싹싹 모아서 엑기스로 추출해 낸 것 같달까. 정들의 알로에를 모아 담은 듯했다.


권사님들이 짜다 주신 참름을 넣으면 나물이 뚝딱 완성되었고, 름을 넣고 밥을 비비면 뜸이 덜 든 밥이어도 맛있어서 꿀떡꿀떡 넘어갈 지경이었다.

'고소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꼬소하다'라는 말로도 맞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꿀도 여러 등급이 있다는 걸, 시골 사역을 하면서 알게 됐다. 그곳은 한우처럼 등급이 나뉘어 있는 세계였다.

맛도 한 가지가 아니었다.

달콤한 맛, 향긋한 맛, 쌉싸름한 맛...


권사님들이 주신 꿀 덕분에 우리 아기들은 소아과가 멀었어도 간단한 감기 정도는 꿀물 타 먹고 나았다.

피곤하면 입병이 잘 나는 남편도, 서울에 살 때는 만년 알보칠로 셀프 생고문을 하며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천연꿀을 입에 머금고서 달콤하게 입 빵꾸를 봉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제철 농수산물이 끊이지 않아서 식탁이 풍성해졌다.

봄에는 딸기와 두릅, 여름에는 감자와 옥수수, 가을에는 마늘과 꾸지뽕, 겨울에는 시금치와 도토리묵...


이모가 농사를 지으셔서 땅에서 무언가를 수확해 낸다는 게 얼마나 품이 많이 들고 고된 것인지, 우리 주신다고 예쁘고 싱싱한 것 먼저 골라다 주시고 정작 본인은 못나고 벌레 먹은 것들 드시고 계실 것을 알기에, 그 귀한 것을 우리에게까지 잊지 않고 챙겨주신 그 마음이 너무나 감사해서 시들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레시피를 궁리해서 식탁 위에 올렸다.


제철에 갓 수확한 것들은 그만의 찰진 생기가 있어, 요리 실력이 좋지 않아도 감칠맛이 났다.

항상 감사히 먹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먹을 때마다 주신 성도님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먹었다.

때마다 철마다 그렇게 권사님 집사님들이 까만 비닐봉지와 노란 종이봉투에 담아다 주신 먹거리들로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사랑은_ 내게 귀한 것을 내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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