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다비 Dec 15. 2023

너는 내가 대접받고 다니는 걸로 보이니

냉혹한 현실

당신은 어딜 가든 사람들이 위해주고 좋아해 주는데

사모인 나는 이러면 이랬다고 욕먹고 저러면 저랬다고 욕먹는다고 남편에게 하소연하곤 했다.




인사를 얌전하게 하면 싸가지가 없다는 소릴 들었고

인사를 밝게 하면 나사 빠진 사람 같다는 소릴 들었다.

옷을 잘 입으면 목사님이 벌어다 준 돈으로 쇼핑만 하느냐고 했고

옷을 못 입으면 안색이 왜 그렇냐고, 주님 따라가는 길이 재미가 없냐고 했다.


A 사역지에서는 사모란 모름지기 있는 듯 없는 듯, 숨죽이고 조용히 다니고 침묵을 미덕으로 삼으라고 했다.

B 사역지에서는 사모가 되놔서 교육부서 하나씩은 척척 맡아서 감당하고, 성가대도 섬기고 예배 때마다 반주도 하지 않고 뭐 하냐고 닦달을 했다.


성도와의 관계 안에서도 그렇지만, 함께 섬기는 부목사모님들 안에서 있는 눈치게임은 더 난감했다.

나이가 어리니 선배 사모님들 사이에서 노상 치이고 눈치를 봐야 했다. 적당히 분위기는 맞춰야 했지만 절대로 튀면 안 됐다. 그 선을 맞추지 못하면 가차 없이 응징을 하는 선임 사모님 K 아래에 있던 시절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앞에서는 수더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셨지만 뒤에서는 등에 칼을 꽂는 분이셨다.

화기애애하게 다 같이 티타임을 갖던 중에, A가 잠시 전화통화나 화장실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바로 A사모 흉을 살벌하게 보시다가 A가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자함 한 큰 술 넣은 표정과 유쾌함으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는 분이셨다. 자기 등에 칼을 꽂은 이가 바로 그분 K사모님이라는 걸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좌천되는 분도 보았다.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매 순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되도록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티타임 명목아래 소집은 왜 이리 잦은지. 내가 지금 군인 관사 아파트에 사는 건지 목사 사택에 사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잠자코 들어주던 남편은 어느 날 내게 물었다.

"너는 내가 대접받고 다니는 걸로 보이니?"

그리고 덤덤하게, 자기가 어떤 일을 겪는지 조금 맛보기로 꺼내어 보여주었다.


어쩌란 말인가요



부교역자로서 담임목사님 수행은 당연히 해야지 맞다고 생각하는데, 담임목사님의 개인적인 잡다한 일 돕느라 정작 맡은 바 사역을 할 시간이 모자라게 될 때 자기가 지금 목사인가 어느 집안의 수행비서인가 현타가 온다고 했다.

성도들이 앞에서는 "아이구 목사님~~~"하고 다들 말씀하시지만 뒤에서는 이러저러, 사모인 내가 씹히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채찍이 있다고 했다.

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남편에게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애로사항들이 있었다.




당신도 참 불쌍하구나

부목사로 산다는 것



"당신은 그런데도 이 일이 좋아?"

"응. 나는 사람 보고 하는 일이 아니야.

솔직히 우리가 돈을 많이 버냐, 워라밸이 좋길하냐,

사회적인 평판이 좋길 하냐.

사람 평가에 좌지우지할 것 같았음 이 일 하면 안 되지."


허허실실 속없는 인간인 줄만 알았는데.

남편이 다시 보였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사람은 남다르구나

#당신의 길을 응원할게








즐겁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하트(라이킷) 버튼을 꾸욱 눌러주세요! 브런치는 조회수나 좋아요로 수익이 생기는 구조가 아니라서, 하트라도 많이 눌러주시면 작가가 다음 글을 창작하는 데에 기부니 조크등요♡



이전 04화 목사 아내의 조건 - 사랑만으로 살 수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