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사역지에서는 사모란 모름지기 있는 듯 없는 듯, 숨죽이고 조용히 다니고 침묵을 미덕으로 삼으라고 했다.
B 사역지에서는 사모가 되놔서 교육부서 하나씩은 척척 맡아서 감당하고, 성가대도 섬기고 예배 때마다 반주도 하지 않고 뭐 하느냐고 닦달을 했다.
성도와의 관계 안에서도 그렇지만, 함께 섬기는 부목사모님들 안에서 있는 눈치게임은 더 난감했다.
나이가 어리니 선배 사모님들 사이에서 노상 치이고 눈치를 봐야 했다. 적당히 분위기는 맞춰야 했지만 절대로 튀면 안 됐다. 그 선을 맞추지 못하면 가차 없이 응징을 하는 선임 사모님 K 아래에 있던 시절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앞에서는 수더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셨지만 뒤에서는 등에 칼을 꽂는 분이셨다.
화기애애하게 다 같이 티타임을 갖던 중에, A가 잠시 전화통화나화장실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바로 A사모흉을 살벌하게 보시다가 A가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자함 한 큰 술 넣은 표정과 유쾌함으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는 분이셨다. 자기 등에 칼을 꽂은 이가 바로 그분 K사모님이라는 걸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좌천되는 분도 보았다.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매 순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되도록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티타임 명목아래 소집은 왜 이리 잦은지. 내가 지금 군인 관사 아파트에 사는 건지 목사 사택에 사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잠자코 들어주던 남편은 어느 날 내게 물었다.
"너는 내가 대접받고 다니는 걸로 보이니?"
그리고 덤덤하게, 자기가 어떤 일을 겪는지 조금 맛보기로 꺼내어 보여주었다.
어쩌란 말인가요
부교역자로서 담임목사님 수행은 당연히 해야지 맞다고 생각하는데,담임목사님의 개인적인 잡다한 일 돕느라 정작 맡은 바 사역을 할 시간이 모자라게 될 때 자기가 지금목사인가 어느 집안의 수행비서인가 현타가 온다고 했다.
성도들이 앞에서는 "아이구 목사님~~~"하고 다들 말씀하시지만뒤에서는 이러쿵저러쿵, 사모인 내가 씹히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채찍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남편에게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애로사항들이 있었다.
당신도 참 불쌍하구나
부목사로 산다는 것
"당신은 그런데도 이 일이 좋아?"
"응. 나는 사람 보고 하는 일이 아니야.
솔직히 우리가 돈을 많이 버냐, 워라밸이 좋길하냐,
사회적인 평판이 좋길 하냐.
사람 평가에 좌지우지할 것 같았음 이 일 하면 안 되지."
허허실실 속없는 인간인 줄만 알았는데.
남편이 다시 보였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사람은 남다르구나
#당신의 길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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