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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0. 2024
코로나 덕분에
플로팅 크리스천
코로나19 초기, 정부의 방역정책에 기상천외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별천지 이단을 비롯 비협조적이었던 일부 교회들 때문에 한국교회는 많은 지탄을 받았고, 예배는 힘을 잃었다.
방송실 스탭과 악기팀, 최소한의 싱어(부교역자들로 대체됨)와 설교하실 목사님만 모여 커다란 본당에 그마저도 서로 멀리멀리 앉아서 음향으로만 만들어낸 유튜브 예배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기약 없이 등교가 중단되었고, 저학년은 매일 담임선생님이 보내주는 종이접기 영상이나 하릴없이 따라 하는 등 초유의 마비와 공백 사태였다.
그곳에 나도 있었다.
처음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멀리 우한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곳에서 생긴 감기가 어쩌라는 건지? 그러다 우리나라에, 내가 사는 도시에, 우리 동네에, 우리 아파트 복도 바로 앞을 배회하며 점점 좁혀오는 바이러스의 공포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교회에 가지 말라는 게 방침이었다. 나도 어린아이를 키우는 입장으로서 교회뿐만 아니라 그냥 그 어디에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예수님 믿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가려서 침투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최대한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드리겠다고 하면 믿음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주일학교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참석형태를 바꾸고, 아예 전체 교육부서 및 장년까지 모든 예배가 온라인화 되는 마지막 주일까지 현장을 나갔다.
나는 진즉부터, 날씨도 춥고 아이들도 어려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싶었다.
온라인 예배 전면화가 되고 나서, 아이러니하게도 사모가 된 후 비로소 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예배 무슨 예배 각종 예배가 대폭 축소되었고 필수 공예배만,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청년일 때는 내가 시간 될 때 나가서 섬겨도 오구오구 잘한다 소리 들었는데, 사모가 되니 주중 및 새벽까지 모든 예배를 다 나가면 그게 기본값인 게 너무 무겁고 지쳤었는데, 온라인예배가 되니 세상 이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다. 물론 예배의 맛, 그 특유의 현장감은 없어 기도도 힘이 나지 않고 찬양도 부르기보다는 감상하는 쪽으로 변했지만 말이다. 그치만 목사님들이 한 주간 얼마나 고심하여 준비하신 귀한 설교를 한 번 휘릭 듣고 소비해버리지 않고 영상으로 두고두고 반복재생하며 묵상하니,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찬밥에 물 말아 후루룩 정신없이 먹다가 식탁에 앉아 천천히 음식 맛을 느끼며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거리 두기가 사회 전반에 시행되어 각종 모임과 심방, 식사자리가 다 없어졌다. 갈 만한 식당도 없었고, 많은 인원이 몰려다니면 눈총을 받으니 그래서도 안 됐다. KF94 마스크를 써도 온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는데 애틋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서로의 안부는 온라인으로 전하는 수밖에. 그토록 많던 모임자리들이 일순간 사라져,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덕분에 남편 얼굴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고 나는 가면을 덜 써도 되었다. 정말 가볍고 좋았다.
악수 등 접촉이 실례가 되는 시대가 와서 예배 마치고 나가시면서 할머니 권사님들이 남편 손을 주무르시지 않게 되어 그것도 참 마음이 편해졌다. 교회에 매이는 시간이 줄어들어 책을 읽을 시간도 생기고 사람들을 만나 받는 자극이 줄어드니 마음도 고요해지고.
코로나 이전에도 극 내향인들은 이미 거리 두기의 삶을 살았어서 큰 외로움을 못 느낀다더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
나, 알고보니 트렌드를 앞서가는 핵인싸?!서점에 갔다가, <한국교회 트렌드 2023>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홀린 듯이 사들고 집에 왔다. 거기에 내 이야기가 있었다. 어디에 굳이 소속되고 싶지 않지만 신앙은 유지하고 싶은 크리스천. 책에서는 이들을 [플로팅 크리스천]이라고 따로 이름을 붙였다. 교회에 실망하고 상처받아, 교회를 '안나가(뒤집으면 가나안)'기로 한 기존의 가나안 성도와는 다르다.
딱 나였다. 몇 년 주기로 목회지가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부목사 사모라는 자리 때문에 교회 안에서 소속감이 얕고, 인터넷 매체가 익숙하며 온라인 예배도 예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
남편을 허겁지겁 불렀다.
여보오~!
여기 2023 트렌드 책에 내 이야기가 나와!
나,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인 줄 알았더니 완전 트렌드를 앞서가는 인싸였나 봐!
여기에 보니까 나 같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대. 당신, 앞으로 목회하려면 바로 나 같은 타입의 성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 계획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나를 연구해!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알겠지 ㅋㅋ
식당에서 일행끼리도 한 사람씩 떨어져서 앉으라는 지침이 한창일 때, 우리는 이사를 했고 유튜브 라이브 카메라 앞에서 부임인사를 했다. 모르는 얼굴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그 얼굴은 영원히 모른다.
이후 현장예배가 회복되었을 때, 모르던 얼굴들이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1년이 지나도 계속 사람들을 못 알아봤다. 우린 서로 그렇게 못 알아보는 채였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리면 네 안녕하세요~라는 멀멀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여느 때처럼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리면 네 안녕하세요 사모님~하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또다시, 나는 그들을 모르는데 그들은 나를 아는 상황.
숨이 막혔다.
모이는 걸 힘쓰라고 했는데.
되도록 안 모이는 걸 좋아하는. 이게 나다.
이게 옛날부터 원래 내가 가진 색깔인데, 교회에서는 믿음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학교에서는 조용히 성실히 자기 할 일 잘하는 학생으로 평가받는데 말이다.
#어쩌면 좋지
#오늘도 조용히 떠다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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