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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미식 May 11. 2021

#3 먹을 것을 팔아야 한다는 건

언제나 결론은 간단하다

평생 먹을 것에 대한 고민을 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먹을 것을 팔아야 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먹고살 만큼 돈을 벌어도, 남을 먹이며 내 돈을 번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다행히 본 건 많아서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일단, 시선을 끌어야 했다. 

인스타그래머 블한 비주얼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평소에 즐겨보지 않던 인스타 셀럽들의 피드들을 보며 연구했는데, 결국 많은 좋아요를 받은 피드들은 대부분 그림처럼 예쁜 음식들이었다. 게다가 적절한 시크함도 녹아 있었다. 그중 유난히 사랑을 받는 메뉴를 골랐는데 그건 다름 아닌 크로플이었다. 


프랜차이즈에서 디저트 메뉴를 기획하는 이에게 기술적인 자문을 구했다. 크로플을 만드는 방법은 쉬웠다. 크루아상을 와플 기계로 누르고 아이스크림을 얹고 브라운 치즈를 얇게 갈아서 뿌린다. 이 간단함이 그토록 인스타그램을 열광케 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크로플의 사례로 한 가지 알게 된 점은 공정은 간단하지만 파는 메뉴로 적용을 하기에는 굉장히 많은 디테일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크루아상은 직접 만들 것인지, 아니라면 생지를 어디서 받아올 것인지, 아이스크림의 단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브라운 치즈는 어떤 강판에 갈아낼 것인지 등.  


결국 더 쉬운 메뉴를 선택해야 했다. 아이스크림은 위스키와 어울리니 계속해보기로 하고 다른 무언가를 추가해서 이 콘텐츠의 가치를 높여야 했는데.. 선택한 것은 베이컨이었다. 대중 공식인 ‘단짠’을 극대화시킨 메뉴다. 서둘러 육향이 진항 베이컨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베이컨을 구매하고 테스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래, 베이컨과 아이스크림은 원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며 스스로 만족하며 굽기 시작했다. 촉촉하게도 굽고 바삭하게도 구워봤다. 


한 가지 메뉴가 더 필요했다. 사람들은 보통 해장으로 탄수화물을 찾는다. 몸은 빠른 알코올 분해를 위해 에너지원을 필요로 한다. 술 먹고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있다. 해장을 위해 내가 먹는 것들을 생각했다. 멀리 돌아갈 필요도 없었다. 그래.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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