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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미식 Mar 02. 2021

#1 첫 만남

공사를 시작하며

장소는 마포역 인근 건물 2층이었다.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던 가수가 폐업을 한 자리였다. 아직도 그곳에는 옛날 엘피판으로 만든 벽지가 있었고 맥주 기계 등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서성이며 함께 가게를 운영할 동업자를 기다리고 있었고, 원장님은 다른 한 분과 함께 장소로 오셨다. 원장님의 소개로 처음 뵙게 되는 중년의 남성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남자 셋은 잠시의 정적을 뒤로하고 곧바로 시작하게 될 가게에 대한 논의를 하고 구체적인 공사 일정을 공유했다. 업체는 이미 구해놓은 상태이고 집기류나 기본적인 세팅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오픈은 8월 초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골목에 있는 짬뽕집은 2주 만에 공사를 마치고 성업 중이었고 건너의 맥주집은 한 달 만에 업종을 변경하여 장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는 메인 바가 될 2층 홀과 루프탑, 그리고 안쪽에 가건물처럼 딸린 작은 룸이었다. 총 세 곳의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았다.


공사를 시작하면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요청한 디자인만큼 업체가 따라주지 않는 문제가 있다. 난이도가 있는 축에 속하는 바 공사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디자인이 바뀌기도 하고 번번이 커뮤니케이션이 미스가 생겼다. 기초 공사인 목공사도 예정보다 한 달 이상 늘어났고 장마가 시작되면서 모든 공정들이 더디게 진행이 됐다. 


동시에 전체적인 콘셉트와 메뉴를 기획하는 일을 했다. 바 메뉴를 포함한 음식에 대해서는 소비자 입장에서만 소비를 해본 적이 있지. 팔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어떤 음식이 팔리는지에 대해서는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프로에 가까운데 손과 머리는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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