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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Jul 26. 2021

#15 우리 일요일에 뭘 하고놀지

콩이의 아침 나들이

일요일이다.

거리두기 4단계..

교회 유아반도 문을 닫고, 문화센터도 문을 닫았다.

낮이 되면 바깥 기온 34도..

놀이터도 공원도 갈 수가 없다.

비가 안 오니 동네 시냇가에 얼마 흐르지 않은 물마저 초록색 녹조가 보인다.

들어가 놀게 할 엄두가 안 난다.


아침 일찍 움직여보자.

콩이와 아침 8시에 외출 차비를 하고, 킥보드를 챙겨 나왔다.

집 근처 '과수공원'으로 향했다.

사과, 복숭아, 자두, 포도, 다래, 머루, 으름, 배, 체리 같은 과일나무들이 가꾸어진 곳이다.

과일나무마다 설명 팻말이 붙어 있어

글씨 읽기에 거의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콩이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다.


집에서 출발해 아파트 단지 쪽문의 계단을 내려가 과수공원을 향해 가다 보면

조그만 보행자용 터널이 나온다.

콩이가 ‘아 터널’이라고 이름을 지어 준 곳이다.

터널 안에서 ‘아!!’하고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생겨서 ‘아~아~’하고 울리고,

‘안해 안해 안해!’하면 ‘안해 안해 안해 안해 ~~’하고 또 메아리가 생겨 녀석이 아주 재미있어한다.

‘아 터널’을 지나면 '매화공원'이다.

널따란 잔디밭에 지름 1m 정도의 형형색색 반원 모양 조형물들이 여러 무더기로 곳곳에 놓여 있다.

콩이는 그 조형물들을 공룡알이라고 부른다.

땅에 반쯤 묻혀 있는 공룡알이 무더기 무더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일 만도 하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그 위에 올라갈 엄두도 못 냈는데

이제는 대근육이 제법 성장하여 아빠 손 잡지 않고도 올라갔다 점프해서 내려오는 게 가능하다.


매화공원을 지나면 물놀이터가 있다.

여느 물놀이터와 마찬가지로 놀이터 미끄럼틀을 중심으로 여러 모양으로 물을 뿜어내고 들이붓고 뿌려줘서

아이들과 아이들 같은 동심을 가진 부모들이 함께 물놀이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인데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작년부터 멈춰버렸다.

아쉬운 일이다.

정상적으로 운영이 됐다면 여름에 콩이가 이곳을 지나 과수공원을 갈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녀석이 물놀이보다 좋아하는 것은 없다.

콩이는 여길 지날 때마다

물놀이를 못하는 아쉬움 대신인지 미끄럼틀을 몇 차례 타고 간다.


중간에 군데군데 멈춰서 논 덕분에

과수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9시가 되어 막 문을 연 시간이다.

출입문 앞의 자두는 이미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코로나고 뭐고 자연의 시간은 간다.

자두를 지나면 그 다음은 콩이의 최애 과일 사과나무.

'아기 사과'가 초록색으로 작게 열려있다.

"이 초록색 아기 사과가 9월이 되면 빨간색 사과가 된다는 거지?"

한참을 설명 팻말을 읽고 있다.

'........ 열매는 다 익으면 붉은색을 띄며, 맛은 새콤달콤하다.....'

그동안 100번 넘게 읽었을 텐데 뭔 재미있는 내용이라고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낭독한다.


머루 나무가 덩굴지어 자라고 있는 곳은 '머루터널'이라 한다.

작은 포도 알갱이 모양으로 머루가 송골송골 열려있다.

콩이는 머루 건너편의 으름 나무도 좋아하다.

으름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 발음이 친근해서 좋은 것 같다.

으름을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그리 많이 왔어도 때가 안맞는것인지 정작 으름이 열려있는 것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과수공원 후문 옆에는 작은 정자가 있다.

콩이가 '도깨비 집'이라고 부르면서 좋아하는 곳이다.

콩이는 혹부리 영감님 이야기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데

거기에 혹부리 영감님이 도깨비를 만나는 오두막집 얘기가 나온다.

이 녀석은 정자와 오두막집을 혼동하는 것 같다.

혹부리 영감님 이야기를 해 줄 때마다 오두막집을 나무로 대충 지은 집이라고 설명해줬더니

아마도 딱 여기 정자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결론 내 버린 것 같다.

여기 올 때마다 신발 벗고 올라가 도깨비를 찾으며 한참을 뛰어논다.

덕분에 그늘에 앉아 쉬는 시간이 생긴다.


아침이라도 덥긴 덥다.

우리 콩이 얼굴이 정자 옆 나무에서 익어갈 복숭아처럼 발갛다.

과수공원 '도깨비 집'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틀림없이 '벽화터널'에 들르자고 할 것이다.

'아 터널'과 같이 콩이가 이름 붙인 보행자용 터널인데

벽에 아마추어 화가의 계절별 벽화가 빼곡히 그려져 있고,

위치 때문인지 여름에도 항상 시원한 바람이 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한적하게 벤치에 앉아 벽화와 그 위를 기어가는 벌레들을 보는 것을 콩이가 좋아한다.


집 앞에 도착하면 콩이는 빵빠레를 사달라고 할 것이고,

녀석이 좋아하는 나무그네에 흔들흔들 앉아 먹고 나면 일요일 오전도 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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