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우리는 느리게 갑니다
11화
실행
신고
라이킷
173
댓글
22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콩이 아빠
Jul 27. 2021
#16 마스크라는 큰 벽
자폐성 장애 아동들에게 마스크는 재앙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다.
코로나19로 온세상이 변하기 전에도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무료 마스크가 배부됐
었다.
그
러나 그
때만해도 마스크가 원활한 호흡을 가로막고, 마스크 안의 공기는 순환이 되지 않으니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에게는 해롭다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콩이도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쓴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이 되고서도
'아시아인의 체질상 한국인이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이지 마스크의 효능이 아니다'라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서 독감이나 감기가 급격히 없어진것은 코로나19가 인간을 숙주로 차지했기 때문이지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 아니다'라는 등
마스크의 필요성
과 효용성
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소수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려 우리나라 유명 대학의 의과대학 교수님의 말씀이다.
그러나 그 말이
결론적으로
맞던 틀리던 그 분의 논리 전개 과정은 허점투성이긴 했다.
난 뭐.. 모른다.. 그냥 다수의 생각에 따른다.
사실 철저한 마스크 착용론자였다.
작년 6개월간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은 집 밖에서 마스크를 내려본 적이 한번도 없다.
식당이나 커피숍을 간 적이 한번도 없으니 음식물을 먹는다고 마스크를 내린 적도 없고,
탁 트인 야외이니 괜찮다고 마스크를 내린 적도 없다.
올해 복직하고 일과 중에 사무실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마스크에 대해 약간은 좀 무뎌지긴 했지만
한달 반 전에 얀센 백신을 접종하고서도 실내고 실외고 구분하지 않고 가능하면 마스크를 쓴다.
이런 아빠를 둔 덕분에 콩이도 마스크를 잘 쓴다.
신기할 정도로 마스크에 거부감이 없다.
외출할 때 아빠가 마스크를 깜빡할라
치면
제 녀석이 먼저 마스크를 찾는다.
발달센터에서 보면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의 경우 마스크를 강하게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거부하지 않더라도 콩이처럼 마스크를 꼭 쓰려하지는 않는 아이들도 많다.
몸에 외부 물질이 닿는 걸 싫어하는 감각 예민한 아이들이 특히 그렇다.
마스크를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 챙기는 녀석이 참 다행이기도 하고,
마스크로 눈만 내놓고 다녀야 하는 현 시절이 안타깝기도 하다.
코로나19 물러가라
마스크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치료를 크게 방해한다.
매일매일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 하루를
세상 사는법을 배우면서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데
마스크가 그 앞을 딱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언어가 느려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는 치료사의 입을 가리는 장벽이다.
말을 배운다는 것은 귀로 소리를 듣는 것 뿐만 아니라
눈으로 상대방의 입과 얼굴을 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입이 보이게 만든 마스크를 쓰더라도 자연스러운 사람의 얼굴이 아니어서
치료사도 힘들고 아동도 배움이 늘지 않는다.
언어치료 뿐 아니라 모든 활동들이 선생님이나 아이들의 입모양을 보고 표정을 보면서
사람간의 상호작용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해
야 일반 아동의 발끝이라도 따라갈까 말까한 아이들이다.
마스크는 큰 벽이다.
발달이 미숙하고 사회성이 부족하여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다.
마스크는 세상과 마주하려는 아이들을 가로막는 아주 큰 장벽이다.
콩이는 사람의 표정을 잘 읽지 못한다.
청각은 예민해서 목소리 톤이 높아지며 화내는 것은 쉽게 알아채는데
소리를 높이지 않고 표정으로 화를 내거나 불쾌해 하는 것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콩이의 언어치료 중 큰 부분이 치료사가 짓는 여러 표정을 알아채고 대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치료사가 마스크를 쓰니 눈만 보인다.
물론 눈도 표정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나, 눈만 보고 표정을 읽는 것은 고차원의 일이다.
치료사의 입이 보이는 마스크도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방해다.
얼굴 전체의 유기적인 표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표정을 왜곡시킬 뿐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표정읽기 수업은 주로 그림카드로 했다.
학습효과가 있으니 그림카드로는 제법 표정을 구분한다.
그렇지만 그림카드는 그림카드일 뿐 실제가 아니다.
실생활에
까지
확장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아빠가 화난 표정이 분명해도
몸짓을 크게 하지 않고 목소리 높아지는 걸 꾹 누르면
그 분위기를 다 알아채지 못한다.
스스로 표정을 잘 읽지 못하니 말소리가 커져야 화내는 것이라고 여기는 듯 하다.
아빠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큰 몸짓으로 버럭 버럭해야 비로소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울음을 터트린다.
뭐가 문제인지 알면서도 화가난다.
화를 내고 잘못을 깨닫고 콩이에게 사과한다.
콩이는 또 금새 잊어버린다.
친구들과 뛰놀지 못하고 발달센터를 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불행하다.
하필 마스크 시대에 발달센터를 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정말 불행하다.
우리 콩이도
그
불행한 시절에 살고 있다.
keyword
감성
육아
심리
Brunch Book
우리는 느리게 갑니다
09
#14 평범함이 축복이다
10
#15 우리 일요일에 뭘 하고놀지
11
#16 마스크라는 큰 벽
12
#17 재택근무의 일상
13
#21 그려왔던 모습
우리는 느리게 갑니다
콩이 아빠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1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