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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콩이 아빠
Jul 23. 2021
#14 평범함이 축복이다
줄넘기로 말할 것 같으면
우선 줄넘기 줄을
양
손을 사용해서 내 키 높이를 넘어 발아래까지 돌릴 수 있는 소근육 대근육의 움직임에
줄이 일정한 속도로 내 키를 넘어갔다 다시 발 밑으로 내려온다는 외부 환경을 인식하는 것,
눈으로 줄의 움직임을 따라갔다가 종국에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감각으로 줄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
줄이 발을 향해 내려오는 순간을 알고 그 순간 적당한 높이로 뛰어오를 수 있도록 다리 근육을 움직이는 것,
점프 후 착지까지 양발과 다리를 균등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
위 과정일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하는 것까지
지극히 복잡하고 다난한 과정일 수 있다.
단추끼우기는 어떤가.
왼손으로 단추 구멍이 있는 쪽 옷감을 붙잡는데 이때 단추 구멍을 가려서도 안되고,
단추 구멍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을 잡아서도 안된다.
단추를 끼워 넣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단추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오른손으로는 단추를 적당한 폭으로 잡아 적당한 기울기로 들어 올린 후,
왼손이 잡고 있는 단추 구멍에 밀어 넣어야 한다.
모든 과정에서 눈은 양손의 움직임을 끈질기게 따라가야 한다.
왼손의 역할이 부족하거나,
오른손이 단추를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시선이 손을 따라가지 못하면 단추끼우기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난한 훈련을 통해 단추끼우기가 손에 익으면
시선이 굳이 손을 따라가지 않아도 되며,
오른손과 왼손의 역할이 조금씩 줄거나, 때로는 한 손의 역할은 배제해도 된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려면
어디까지가 배경그림이어서 숨은그림에 해당하지 않음을 파악해야 하고,
내가 찾으려는 숨은그림이 어떤 모양이고, 어떤 색깔인지를 머릿속에 기억해야 한다.
시선의 이동도 중요하다.
그림의 한쪽 구석에서 시작하여 반대쪽 구석까지 시선을 이동하면서 숨은그림을 찾을 수도 있고,
그림의 중앙에서 시작하여 좌측이나 우측, 위쪽이나 아래쪽으로 시선을 이동시킬 수도 있다.
시지각이 좋지 않아 필요한 방향으로 시선을 자연스레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면,
숨어있는 그림을 머릿속에 효율적으로 기억시키지 못한다면,
또는 배경 속 그림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배경과 숨은그림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숨은그림찾기는 놀이가 아니라 고역이 된다.
미로찾기는
출발점에서 도착점이 이르는 전체 여정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길과 길이 아닌 공간을 구분하는 능력
갈림길을 맞닥뜨렸을 때 2개 이상의 길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결단력,
장애물이나 막힌 길에 이르렀을 경우 갈림길로 되돌아가는 되돌아갈 수 있는 기억력,
지나온 연필 자국에 현혹되지 않고 다시 미로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시지각력,
연필 잡은 손으로 길을 가기 전에 앞길을 눈으로 미리 따라갈 수 있는 시지각력,
눈길이 가는 데로 손에 잡은 연필을 따라가게 할 수 있는 눈과 손의 협응 등
많은 것이 필요한 놀이이다.
세밀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과정을 한 순간에 합해야 가능한 위와 같은 행위들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것은
위와 같이 여러 과정들을 세부적으로 쪼개어 이해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자신도 모르게 통째로 이해하고 실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보통사람들은 자신의 몸의 감각을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느끼지 못하지만 보통사람들의 감각통합 능력이란 건 대단한 축복이다.
작게 쪼개어 각각의 과정에 맞는 감각들과 몸의 움직임을 익혀야만
비로소 어떠한 활동이나 놀이를 할 수 있다면 이는 너무 힘든 일이다.
익힘에 있어 작게 더 작게 과정을 쪼개야 할 수록 심도있는 치료가 필요하고 유능한 치료사가 있어야 한다.
감각통합실에서 콩이 보다 중증의 자폐아동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평범함이 곧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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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우리는 느리게 갑니다
07
#11 아동학대의 단상
08
#13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이의 일상
09
#14 평범함이 축복이다
10
#15 우리 일요일에 뭘 하고놀지
11
#16 마스크라는 큰 벽
우리는 느리게 갑니다
콩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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