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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Jul 15. 2021

#11 아동학대의 단상

콩이는 괜찮을까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이들을 학대했다고 한다.

장애아 전담 어린이집 교사가 뇌병변 아동을 학대했다고 한다.

장애통합 어린이집 교사들이 너나 할 거 없이 다 같이 자폐 아동을 학대했다고 한다.


여러 차례 뺨을 때리고

베개로 눌러 숨이 막히게 하고

포악하게 밀치고

깜깜한 곳에 가두고

멍청하다고 머리를 때리고..


점심이나 간식을 안 먹으려 해서 때리고,

놀이텐트에 오래 들어가 있다고 때리고,

지시사항을 안 따른다고 때리고,

낮잠을 안 잔다고 때리고,

이상한 소리를 자꾸 낸다고 때리고...


겁을 먹어 반항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부모에게 제대로 전달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 무슨 악독한 짓인가.

대체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인가.

일부의 사례가 부풀려진 건가.

그러기엔 기사가 너무 자주 나오는데..




부모라도 제 아이를 오롯이 사랑으로 키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모라도 가끔, 가끔 보다는 조금 자주 내 아이에게 화를 내고, 분노하고, 좀 과한 체벌을 할 때가 있다.

부모라도 모성애 부성애로 감당이 안 되는 그런 극한의 상황이 분명 있다.

다른 이의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 아이를 학대하고 있는 부모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부모라면

혼내더라도 화해하고, 싸우더라도 보듬어주고,

그리고 종국에는 제 아이를 보호해 낼 것이므로

부모가 아이를 훈육하면서 일어나는 소란은

교사의 폭행이나 학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직업으로 아이를 맡아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는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아이의 발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침 간식을 먹이고, 놀이를 하고, 점심밥을 먹이고, 낮잠을 재우고, 오후 간식을 먹이고, 놀이를 하고,

양치와 세수를 가르치고, 용변처리를 가르치고,

친구와의 다툼을 말리고,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고...

대략 나열해도 단순한 일이 아니다.

아이 인생 초반의 아주 많은 부분에 관여하고 관계한다.


학교 교사들보다 더 많은 자격을 요구하는 자리일 수 있다.

단순한 돈벌이 수단일 수 없고,

동시에 마땅히 상응하는 처우를 받아야 한다.




처음엔 규모가 큰 직장어린이집을 다녔고

그 다음에는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지금은 소규모 숲 어린이집을 다닌다.

이사를 해서,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자리가 생겨서, 공동육아라는 것을 알게 돼서

콩이도 자연스레 어린이집을 옮겼다.


다행인 건지 아니면 실상을 모르는 건지

엄마 아빠 눈에 지금까지 콩이는 적당히 사랑받고 적당히 훈육받으며 그럭저럭 잘 지내온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엄마 아빠에게 아직 조잘조잘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사회성이 극히 떨어지는 장애 특성상 또래랑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어린이집에서의 문제는 아닐 테고

선생님들을 다 좋아했었고, 딱히 어린이집 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걸 보니

이상 행동으로 가끔씩 한 소리 듣기는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아동학대 기사를 다시 읽어본다.

그런데...

우리 콩이는..

자폐성 장애가 있다.

혼자서 밥을 집중해서 먹기 힘들다.

놀이텐트나 놀이집 같이 아늑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자기 생각과 다른 지시를 받으면 심하게 떼쓰고 저항하고 반항한다.

낮잠시간에 장난하면서 안 자려하고, 막상 낮잠이 들면 잘 안 일어나려 한다.

혼잣말을 많이 하고, 잔소리 들으면 그 잔소리와 반대되는 얘기를 마구 내뱉는다.

그리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엄마 아빠에게 여러 문장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콩이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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