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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Jul 08. 2021

#8 콩이의 변비 탈출 프로젝트

바나나똥 만들기 작전

응가~ 힘!을! 주세요~~ 한 끙 두 끙~~


7살 콩이는 원래 거의 매일 쾌변을 한다.

녀석은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앉자마자 아빠를 부른다.

"아빠~ 다 쌌어요. 닦아 주세요~"

5초쯤 걸린 것 같다.

좀 길어봐야 30초 전후다.

그때는 아빠를 불러 변기 앞에 마주 보고 쭈그려 앉게 한 후 손잡고 노래를 부른다.

"응가~ 힘!을! 주세요~~ 한 끙 두 끙~~ 아빠도 따라 해!"

'끙'은 똥을 세는 단위이다. 

콩이가 만든 우리 집에서만 쓰는 단위이다.

아. 물론 다른 집에서 다른 아이도 쓰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똥박물관에서 찰칵


이런 녀석이 변비라고 한다.

하기야 3살 정도 됐을 때 똥꼬를 아파하여 소아과에 갔을 적에도 

변비가 있는 것 같다고 변비약 처방을 받긴 했었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가 최근에 소변 실수 문제로 대학병원을 갔었는데

교수님이라는 분이 변비라고 한다.


변비는 배변 시간도 중요하지만 변의 모양도 중요하다고 한다.

녀석의 평소 변 모양은 변비 예시에 나온 그 모양과 일치한다.

변비가 있을 경우 뱃속의 방광이 눌려 

소변 처리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 한다.

변비약을 먹게 하고 오트밀과 다시마, 채소를 많이 먹이라는 처방이다.

다시마와 각종 채소는 원래 잘 먹는데..

이상하군..


아무튼 그래서 우리 집 식단이 바뀌었다.

오트밀에 당근, 버섯을 넣고 소고기나 참치를 추가한 죽을 매일 아침 준비한다.

오트밀은 사실 애들이 막 좋아할 만한 맛은 아닌 것 같다.

기본적으로 느끼하고 왠지 영양가 없을 것 같은 밍숭한 맛..


넉넉한 냄비에 물을 받아 오트밀을 몇 컵 넣은 후 인덕션 전원을 켠다.

곧 이어 고기나 참치를 투하한다.

인덕션을 9단계로 그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않아 틀림없이 끓어 넘쳐버린다.

5단계 정도로 서서히 끓인다.

끓는 동안 당근과 버섯을 잽싸게 씻어서 다진 후 냄비에 추가한다.

간장과 마늘로 적당히 간을 한다.

어느 정도 끓었다 싶으면 계란을 풀어 넣는다.

계란은 오트밀 죽의 낯선 맛에 익숙함을 더한다.

 

정량의 레시피 없이 아빠의 주먹구구식 손대중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인지

어떤 날은 잘 먹다가 어떤 날은 영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녀석의 죽 그릇에 치즈 1장을 추가한다.

이때 넣는 치즈 1장은 이미 넣은 계란에 더해 익숙함을 완성한다.


밤에 잠 자기 전에는 변비약 1포를 물에 녹여 먹인다.

앞으로 몇 개월은 먹어야 하는 약이다.

콧물 시럽처럼 달달한 맛은 분명 아닐 텐데

녀석은 신기하게도 매일 먹는 변비약을 딱히 거부하지 않는다.

변비약 효과가 잘 받으면 다음 날은 늘씬한 바나나 똥을 쾌변 한다.


별의별 부족함에 변비까지 장착한 녀석이다.

그래도 변비는 치료법이 분명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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