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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둘 Aug 11. 2023

김만봉 가출 23일 전

송주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외래는 2층에 위치해 있었다. 뚱한 표정의 경자가 팔짱을 낀 채 대기실에 앉아 진료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곁에는 희수가 경자의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멍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그때 의사가운을 입은 민준이 대기실로 들어섰다. 민준을 발견한 경자는 갑자기 밝아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의 손을 잡아끌어 옆 의자에 앉혔다.

“바쁜데 뭐 하러 왔어?”

“오전 회진 끝나고 잠깐 시간이 나서......”

경자는 애틋한 표정으로 연신 민준의 손을 쓰다듬었다. 희수는 옆에서 그 모습을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여보! 진료 끝나면 엄마랑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 엄마! 희수랑 식사하시고 들어가세요.”

“그럴까 그럼?”

민준의 말에 경자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 빨리 아빠한테 가봐야 해!”

희수가 경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했다.

“장인어른한테는 점심 먹고 가도 되잖아. 아침에 처제가 들렸다며.”

민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수는 출근해야 해서 아침밥만 챙기고 갔어. 가서 점심 챙겨드려야 해.”

“점심정도는 장인어른 혼자 챙겨 드실 수도 있는 거 아냐?”

요즘 만봉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이 그렇게 말하자 희수는 가슴이 답답했다.

“혼자 계신 시간이 길어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서 그래!”

희수의 어두운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됐다. 사돈이 아프다는데 어쩌겠니! 아무렴 친정부모가 우선이지 시부모가 뭐가 중요하겠니!”

경자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니!”

“됐다는데 그러는구나! 민준아! 그만 가서 일 봐라, 난 집에 가서 식은 밥 데워먹으면 돼.”

경자가 눈꼬리를 늘어뜨리며 말했다.

“당신 장인어른 걱정되는 건 알겠는데 시부모도 엄연히 부모야. 엄마랑 밥 한 끼 같이 먹는다고 그 사이에 장인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민준의 말에 희수의 어두운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민준은 그런 희수를 보며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아들! 엄마 걱정 말고 얼른 가서 일 봐! 서현애미 부은 얼굴을 보니 나도 밥 먹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셨다.”

민준은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 집에 가서 이야기해! 엄마! 그럼 약 타서 조심히 들어가세요.”

경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민준은 다시 한번 희수에게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대기실을 나갔다. 

“너는 평소에도 그렇게 남편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 하니?”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래요. 식사는 다음에 하세요.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됐다. 누가 뭐 밥 못 얻어먹어 환장한 줄 아니?”

희수는 짧게 한숨을 뱉었다.

“그렇지, 친정부모랑 시부모가 어떻게 같겠니?”

희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희수를 흘겨보던 경자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네가 집에서 하는 일이 뭐가 있니? 서현이는 미국에 유학 가있지, 민준이는 제 식구들 먹여 살리겠다고 아등바등 일만 하는데 너는 그동안 우리 아들 덕분에 편하게 산 거 아니니?”

“민준 씨가 고생하는 건 잘 알고 있어요. 물론 고맙게 생각하구요.”

경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걸 아는 애가 친정부모 시부모 차별하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차별하는 게 아니라......”

“너 그렇게 힘들면 앞으로 네 시아버지나 나나 병원은 택시 타고 다녀도 된다. 그러니 민준이가 고생해서 벌어다 준 돈으로 치매에 걸린 네 아버지나 잘 모셔라.”

대책 없이 뱉어내는 경자의 말이 희수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희수는 눈을 감고 숨을 뱉었다.

“아니에요, 아버님과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병원 모시고 다녀요. 걱정하지 마세요.”     

   


“날씨도 추운데 대체 어딜 나간다는 거예요?”

외출 준비를 하며 옷을 갈아입는 만봉을 희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았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찮게 굴어? 오늘 아파트 부녀회에서 김장한다고 노인정에서 다 같이 수육 먹기로 했다.”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그럼 나도 같이 갈까?”

“어딜 같이 가! 나 노인정 간다니까!”

만봉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희수를 보았다.

“뭐 어때, 딸이 따라갈 수도 있는 거지.”

“너 지금 나를 바보로 아는 거냐? 아니면 뭐 치매라도 걸렸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닌데 왜 그래? 그럼 이 노인네 아무 데도 안 가고 그냥 집구석에 매일 틀어박혀 있다가 콱 죽을까?”

만봉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빠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옷을 다 갈아입은 만봉은 희수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가 무슨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걱정 마! 아빠 괜찮아.”

“아빠 괜찮은 건 알지. 그냥 난......”

“희수야! 나 노인정 친구들 보고 싶다. 가게 해 다오.”

만봉은 비장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희수는 짧게 숨을 뱉었다.

“그럼 식사만 하시고 바로 집으로 와야 해.”

“알았어.”

“절대 술은 드시면 안 돼.”

“알았다니까 글쎄.”

희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같이 나가. 내가 노인정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노인정 정도는 나 혼자서도 갈 수 있어.”

“어차피 나도 집에 좀 다녀와야 해. 같이 나가.”

희수가 겉옷을 챙겨 입고 만봉의 팔짱을 끼었다. 만봉도 이내 포기하고 희수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아파트 노인정 앞에서 희수는 만봉의 외투를 여며주며 말했다.

“꼭 명심해요. 술 드시지 말고......”

“넌 젊은것이 왜 꼭 말을 두 번씩 하는 거냐? 알았으니까 얼른 가!”

만봉은 희수를 향해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희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만봉을 바라보다가 만봉이 노인정 안으로 사라지자 차에 올라탔다. 곧 희수의 차가 아파트를 빠져나가자 노인정 입구에 몸을 숨기고 있던 만봉은 고개를 쭉 빼고 주변을 살폈다. 희수의 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만봉은 그곳을 빠져나와 큰길로 나섰다.

만봉은 지난밤 대봉이 말한 대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참고로 지난밤 드디어 과묵하던 대봉이 입을 열었다.

만봉은 대봉과 마주 앉아서 막걸리를 잔에 막 따르려던 참이었다.

“어? 희수가 술 먹지 말라고 했는데.”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만봉은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대봉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지금 형이 말한 거야?”

대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형 말 할 수 있으면서 그동안 안 했던 거야?”

“할 수 있는데 안 했던 건 아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이제야 말하게 됐다는 뜻이야.”

대봉의 말을 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만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이제라도 형이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니 기뻐.”

“난 너의 형은 아니지만 네가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불러도 좋아.”

“형이 왜 내 형이 아니야? 옛날 죽기 전 모습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내가 얼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기억하거든. 내가 말했던가? 나 왕년에 깡패들 때려잡던 형사였다고.”

“깡패를 때려잡았든 강도를 때려잡았든, 희수가 술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잖아.”

“희수는 내가 젊었을 때도 늘 그 소리만 했어.”

만봉은 술잔을 빠르게 채웠다.

“그럼 딸이 하는 말인데 들어야지, 왜 계속 술을 마셔?”

만봉은 술잔을 들고 씩 웃으며 대봉에게 내밀었다.

“형도 한 잔 할래?”

“난 마실 수 없어.”

대봉이 정색을 하고 말하자 실망한 만봉이 입술을 삐죽이고 술을 들이켰다.

“희수는 내 기분을 하나도 몰라! 작년에 우리 마누라 죽고 난 후부터 내게 남은 건 이 술 밖에 없었어.”

“왜 술 밖에 없어? 자식도 둘씩이나 있고 사위까지......”

“형이 결혼을 안 해봐서 잘 모르나 본데 자식들 그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다들 각자 인생 사는 거야.”

“희수가 들으면 서운하다고 하겠어.”

“뭐 서운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만봉은 다시 잔을 채워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형! 나 내일은 희수 몰래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볼 생각이야.”

“의사는 왜?”

“정말 내가 치매가 맞는지, 은수년이 괜히 나 겁주려고 헛소리 한 건 아닌지 알아봐야겠어.”

“정말 치매가 맞다고 하면 어쩌려고?”

“죽어야지!”

“뭐?”

“내 가장 큰 목표가 치매에 걸리지 않고 죽는 거였어. 그런데 이미 치매에 걸렸다고 하면 하루라도 더 늦기 전에 죽어야지.”

“진심이야?”

“그럼! 진심이지. 어차피 작년에 마누라 죽었을 때 다짐했었어. 곧 따라가겠다고.”

대봉이 하얀 얼굴에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희수 없이 혼자 병원을 잘 찾아갈 수 있겠어?”

“당연하지! 그 병원은 우리 강서방이 의사로 있는 큰 병원이라서 아주 잘 알아.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고.”

대봉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참! 내가 우리 큰 사위 자랑했었나?”

“큰 사위?”

“우리 큰 사위가 말이야, 겁나게 큰 병원 과장님이란 말이지. 형 알아? 뼈 부러진 사람들 뼈 붙여주는 의사! 우리 사위가 그런 의사야. 말하자면 사지접합 전문 의사, 우리 사위가 그동안 부러진 팔다리를 몇 개나 접합했는지 알면 형도 놀랄 거야.”

만봉은 사위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상기됐다.

“어디 그뿐인 줄 알아? 여기에 말이야.”

만봉은 다리를 쭉 뻗어 무릎을 문질렀다.

“이 양쪽 무릎에 세라믹으로 만든 최신식 관절이 있는데. 이것도 우리 사위가 유명한 관절 전문 박사를 소개해주고 수술비도 내 준 거야. 대단하지?”

“정말 좋은 사위네.”

한참 사위자랑으로 열을 올리던 만봉이 갑자기 슬픈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형도 죽지 않고 살았더라면 자식도 낳고 지금쯤 사위도 봤을 텐데.”

“난 그런 거 관심 없어.”

“내가 우리 사위 만나면 형한테도 잘하라고 꼭 말할게.”

말을 한 만봉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에 잠시 대봉의 얼굴을 보았다.

“아 참! 그럴 수가 없겠구나. 내가 그렇게 말하면 날 노망 난 노인네로 보겠지? 우리 사위한테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

만봉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봉이 말했다.

“아무튼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와. 정말이지 세상이 어찌나 무서운지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고.”

“형도 참!”

“특히 너 같은 노인들은 더 정신 차리고 다녀야 해! 조금만 경우 없게 행동하면 젊은 사람들한테 욕먹기 십상이야.”

“요즘 젊은것들이란.......”

만봉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았어! 형 말 명심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올게. 형이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거리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만봉의 얼굴을 스치고 갔다.

만봉은 모자를 다시 한번 눌러쓰고 지난밤 대봉이 했던 말을 명심하며 달려오는 택시를 향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택시가 만봉의 앞에 멈추어 섰다. 만봉이 택시에 오르려 하자 기사가 창문을 열고 고개를 숙여 큰소리로 말했다.

“택시 부르셨어요?”

“뭐요?”

“택시 부르신 분 맞냐구요!”

“내가 당신을 부른 게 아니라 당신이 날 향해 달려왔잖소.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이오?”

별 이상한 사람도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택시에 타려고 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젊은 남자가 다가와 만봉을 밀어내고 택시에 냉큼 올라탔다.

“젊은 양반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남자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데 남자를 태운 택시는 눈앞에서 쌩하니 떠나버렸다.

“요즘 젊은것들은 예의를 몰라!”

만봉은 투덜대며 구부정하게 숙였던 허리를 손으로 잡고 쭉 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할아버지 지금 택시 타시려고요?”

만봉은 낯선 남자의 접근에 대봉의 충고를 되새기며 주머니의 지갑을 꽉 움켜잡았다.

“그런데 왜 그러시오?”

“저기 밑에 내려가면 택시 승강장이 있어요. 거기로 가시면 택시 많아요.”

만봉은 의심의 눈초리로 남자의 얼굴을 훑었다. 남자는 만봉의 눈높이에서 손가락으로 아래쪽 어디쯤을 가리켰다.

“아! 저기 말이요?”

“네, 할아버지.”

“그래, 고맙소. 요즘 젊은것들답지 않게 친절하구만.”   

  

“송주대학병원으로 갑시다. 우리 큰 사위가 그 병원의 과장이라오.”

택시는 20여 분을 달려 송주대학병원 외래 입구에 도착했다. 손에 땀이 날 만큼 꽉 쥐고 왔던 지갑에서 돈을 꺼내 택시비를 계산하고 만봉은 차에서 내렸다. 건물 입구에 서서 만봉은 고개를 들어 병원을 올려다보았다. 희수와 함께 왔을 때는 깨닫지 못했는데 건물이 끝도 없이 높아 보였다. 만봉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어깨를 쭉 편 후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넓은 로비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모자를 벗어서 손에 든 만봉은 그 자리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세상에 웬 아픈 인간들이 이렇게 많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만봉은 지금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난번에 희수랑 저쪽으로 갔던 것 같은데.”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사람들 눈에 비춰지기 싫었던 만봉은 의심스러운 행동을 피하기 위해 멍청히 서있지 않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걷다가 로비 한 곳에 전신거울이 보이자 다가가 그 앞에 우뚝 멈춰 섰다. 고개를 쭉 빼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잘 빗어 넘긴 머리, 반짝이는 눈빛, 꽉 다문 입술, 아무리 보아도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분명 은수년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생긴 만봉은 거울 속 자신을 향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힘차게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앞만 향해서 걷는데 왠지 걸을수록 생소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당장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가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러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걸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앞만 보고 계속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걷다 보면 때로는 마주치지 말아야 할 진실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날도 그랬다.

어느새 그 많던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막다른 곳에 문 하나가 나타나 만봉을 막아섰다. 만봉은 멈추지도, 그렇다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그 문을 열었다. 마치 그곳에 자신에게 치매가 아니라고 말해 줄 의사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시끌벅적한 로비와는 전혀 다르게 조용한 그곳에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는데 만봉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왜 지금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절망감이 들려는 그때 계단 아래쪽 어딘가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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