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같은 밤, 사랑 같은 아침
숙제란, 두고 생각해 보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 혹은 학생들에게 내주는 과제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이 단어는 산부인과, 육아 블로그, 맘카페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단어가 ‘부부관계’를 의미한다는 것을 꽤 늦게야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부부관계, 혹은 성관계라는 표현보다는 조금 더 귀여운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숙제’라는 단어는 마음의 짐으로 다가온다.
다른 난임 부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언젠가부터 부부관계는 '즐거운 교감'이 아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즐겁기만 했던 부부관계가 어느새 의무가 되고,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고, 피곤하지만 해야 하는 ‘숙제’가 되어버린다.
관계가 숙제가 되면 마찰이 생긴다.
목적 달성에 있어서 이성이 100% 작동하는 남편과,
목적보다는 감정과 컨디션,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나 사이에는
어쩔 수 없이 충돌이 생긴다.
'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수록 오히려 '하고 싶지 않다'는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커졌다.
억지스레 무드를 만들어보려 해도, 그 안엔 '기대'라는 부담이 함께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도, 숙제라고 하면 괜히 하기 싫었으니까.
하지만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마지못해 하던 숙제도 막상 끝내고 나면
어디선가 칭찬이 따라왔고, 조금은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때로는 그 숙제를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 '숙제'도,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어쩌면 이 숙제는 성취라는 결과보다도, 우리가 함께 맞춰가고 단단해지는
'과정'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이 숙제를 다 마친 날에
우린 서로를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된 서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조금 버겁고 불편해도,
이 숙제의 끝엔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마침내 들려오는 작고도 뚜렷한 심장소리일 수도 있고,
한 번의 깊은 포옹일 수도 있으며,
혹은 서로를 더 이해하고 더 단단히 사랑하게 된 우리일 수도 있다.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저 믿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이 숙제를 조심스럽게 펼친다.
조금은 울컥한 마음으로, 조금은 기대를 품고,
그래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기로 결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