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by 예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매일 조금씩 자주 스쳤다.

그리고 외롭고 조금은 쓸쓸할 때면 어김없이 누군가의 글을 찾아 읽었다.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싫지 않았고, 어떤 글이든 읽고 나면 그 전의 나와는 아주 조금은 달라져 있는 그 기분이 묘하게 중독성 있었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일기 쓰기가 그닥 싫지 않았으며(물론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아야 하는 과정은 즐길 수 없었지만), 글짓기나 독후감 쓰기 숙제가 제일 부담이 없었고, 특히나 하얀 종이에 빨간 네모칸이 그려져 있는 독후감 용지가 주는 예쁨은 지금도 일종의 낭만처럼 느껴진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읽기보다는 쓰기가 조금 더 좋았고, 차츰 어른의 나이가 되어가면서는 많이 읽지 않으면 내 것을 쓰기가 힘듦을 깨닫고서는 다양한 종류의 글들을 읽으려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나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니 거의 몰랐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내가 안다고 자부했던 나는 그냥 내가 생각하는 나였다. 아마 난 이럴 거야, 이런 상황에서는 이랬었지 하면서 이미 체화된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라고 받아들였다. 가만히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요즘 다시 되짚어보면 아마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 아니 정확히 알아가는 것조차 귀찮았던 것이겠지. 삶이 녹록지 않다는 핑계와 그냥 단순하게 일하고 먹고 자고 놀고 이 정도만 하고 싶다는 일종의 현실 외면(도피까지는 용기가 없어 차마 할 수가 없으니)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시간에 놓여진 과거의 나를 보듬는 것도 내 몫이라는 것과 세상에 나 말고는 나에게 이렇게 관심을 쏟아줄 누군가가 있지 않다는 냉철한 현실을 마주하는 시간이 쉽게 적응되지는 않았지만 오늘의 나는 그래도 한 뼘이라도 더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다가서는 중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인 사람 사는 모습에 눈길이 가며, 소극적이지만 곁에서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혼자가 편하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만 있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과 어울림에서 얻어지는 사회 속의 내 모습도 싫지 않았고, 글이나 드라마 등에서 간접적으로 얻게 되는 인간관계의 다양한 모습들이 결국 내 삶의 모습에 어떻게 다가올지로 귀결되는 그 생각의 경로도 좋다. 목표를 두고 정상을 찍겠다는 뭐 이런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매일 오전 또는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이 시간 즈음에 매일 한 편의 내 이야기를 관찰해서 써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 시작점이다.


물론 하루씩 건너뛰기도 할 테고 글쓰기의 재미를 까맣게 또 잊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시작이다. 그리고 내일도 해 볼 생각이다. 내가 찾은 나는 대단치는 않지만 꾸준함은 어렵지 않기에. 글쓰기라는 재미있는 취미가 생기기를, 그리고 정오 즈음의 이 시간을 즐길 수 있기를... 그 정도 욕심만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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