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성준 Feb 11. 2020

스타트업에서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 힘든 이유

스타트업의 팀 빌딩-5

스타트업에서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상만사 그러하듯 중요한 일은 대부분 어렵습니다. 팀 빌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앞선 글(스타트업 팀 빌딩의 중요성 / https://brunch.co.kr/@junsme/48)에서 충분히 설명을 드렸기 때문에 생략하고 오늘은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 힘든 이유와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든 직군에서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게 어렵죠. 특히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IT 비즈니스에서 꼭 필요한 직군의 좋은 사람은 늘 부족합니다. 하지만 개발자에 포커스 해서 말씀드리는 이유는 저희 회사뿐만 아니라 제가 만나본 거의 모든 스타트업들이 개발자를 뽑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까지 있습니다.


좋은 개발자를 구해달라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부탁을 받는 일인데 가장 많이 도움을 못주는 이슈입니다. 도움은커녕 저희 회사도 힘들어 여기저기 부탁합니다.


우선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 힘든 이유를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일단 시장에 나와 있는 개발자 Pool 자체가 너무 작습니다.

흔한 얘기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적습니다. IT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비전공자도 많이 합니다만 그래도 컴퓨터공학이나 비슷한 학과를 전공한 분들이 주로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공계열에서 의대만큼 입학하기 어렵고 정원도 많지 않기 때문에 대학에서 사회로 배출하는 사람 또한 매우 소수입니다.


둘째 모든 직군이 그러하겠지만 개발 직군은 더더욱 전체 Pull도 작은데 좋은 개발자는 더욱 극소수입니다.

경험해보니 컴공을 나왔다고 코딩을 다 잘하는 게 아니더군요. 영문과 나왔다고 영어를 다 잘하지 않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CTO나 개발 팀장을 맡을 사람들은 단순히 코딩 이상의 역량을 보유해야 합니다. 회사 전체 차원에서 비즈니스를 같이 고민하고 설계해야 하며 또한 조직관리 능력이나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셋째 우리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아직 듣보잡입니다.

다시 말해 아직은 작고, 브랜딩도 안되어있고, 불확실하고 불안한 회사이며 예측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펀딩이 되지 않거나 충분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회사라는 거죠.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역량 있는 좋은 인재 특히 개발자가 이런 회사에 지원하는 게 더 이상한 거죠. 반면에 거의 전 국민이 들어서 알만한 배달의민족, 직방, 토스와 같은 스타트업(스타트업이라 부르기엔 너무 커져버린 회사들)들은 급여, 복지, 근무환경, 성장성 등이 네이버, 카카오 등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최소 본인이 은퇴할 때까지 망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과 예측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원하는 개발자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넷째, 대형 IT 회사들이 개발자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요, 회사의 급여 수준이나 복지, 근무환경 등이 너무 좋아서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것과 한번 정규직으로 들어가면 웬만하면 잘리지 않고 정년 때까지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언어를 지속적으로 배우거나 뭔가 열정적으로 개발 관련 전문성을 키우기보다 그냥 그저 그런 개발자로 성장이 멈춘다는 뜻도 있습니다. 대형 IT 회사들이 좋은 개발자들을 모두 흡수하고 절대 나오지 않으니 우리 같은 작은 스타트업들이 개발자를 뽑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거죠.      



다섯째, 개발 직군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직군입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타 직군에 비해 평균 1.3배에서 1.5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투자를 받았든 받지 않았든 개발자에게 기존 직장에서 받던 급여를 맞춰줄 수 있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위에 말한 불확실성을 안고 오는데 급여라도 잘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할 것이고, 스타트업의 대표 입장에서는 기존 직장에서는 그냥 회사원일 뿐이지만 우리는 지분도 주고 장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정 부분 급여를 삭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간극이 생기는 거죠.



여섯째, 좋은 개발자 중에서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싶어 하지 당신의 아이디어를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직장인으로서의 이직보다는 창업을 하거나 코파운더로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선호합니다. CTO를 영입하려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겠으나 모든 개발자에게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줄 수는 없으니 이 또한 고민거리입니다. 따라서 정말로 운 좋게 좋은 개발자를 영입했다면, 그들을 존중하고, 잘 대우해 주어야 합니다. 한참 서비스 론치하고 바쁜데 반년쯤 지나 자신의 사업을 하겠다고 나가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출처: freelancermap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인의 소개이든, 채용 플랫폼이든 실력 있고 평판도 좋은 개발자를 알게 되었다고 가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수개월째 노력해도 좋은 개발자를 소개받지 못했거나 어떤 형태로든 만나지 못했다면 본인이 그동안 어떻게 사회생활을 했는지, 인간관계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노오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반성하고 다시 심기일전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발자가 회사의 사업성이나 비전, 창업자의 인성 등에 어느 정도 합의 또는 설득이 되었다는 전제로 급여, 지분, 스톡옵션, 기타 조건( 업무, 의사결정 권한, 근무장소/재택 여부, 교육 지원, 장비 등)에 대해 서로의 컨디션에 맞게 오픈 마인드로 조율과 협상을 해야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제시 가능한 최댓값을 산정하고 상대방의 성향에 따라 발랜싱을 하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미래가치(지분)에는 관심 없고 현재가치(급여)가 더 중요한 분들에게는 현재 직장에서 받고 있는 것에 준하는 급여에 약간의 스톡옵션을 주거나 아싸리 현재 급여보다 상향된 급여를 제시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옮길 이유가 없죠. 연봉이 부담스럽지만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가치와 미래가치가 둘 다 중요한 분들께는 현재 급여의 50% ~ 70% 수준과 유의미한 지분이나 스톡옵션 패키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 예를 들어 지금 연봉 8천을 받는 개발자한테 연봉 5천과 지분 3%를 제공하는 그림이죠.만약 현재가치보다 회사의 미래에 인생을 걸고 쇼부를 보겠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급여를 창업자나 코파운더들이 받는 수준으로 낮추고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더 많이 드려야 합니다.  


세속적인 조건으로 안 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창업자가 뭔가 남다른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창업자가 누구나가 인정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과거 성공적인 창업 또는 엑싯 경험이 있거나, 혹은 개발자에겐 없는 대단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다 할 경력이 없다면 넘사벽의 포스나 카리스마 또는 리더부심을 갖고 있거나 유비처럼 부처와 같은 인성이라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다 모르겠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는 막연한 느낌이나 기대라도 주어야 합니다. (제가 이것 때문에 현재 회사에 합류했죠. ^^)


어찌 되었든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이 바닥에서 좋은 개발자는 KF94 마스크보다 구하기 힘들고 조물주이자 제갈량입니다. 심지어 ICT 비즈니스에서 창업 초기에는 CEO보다 CTO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공동창업자를 구하는 방법(https://brunch.co.kr/@junsme/50)을 참고하셔서 좋은 개발자를 하루빨리 영입하시길 바랍니다.


 


강의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작가 도서 - 예스24


작가 도서 - 알라딘


작가 동영상 강의 - 인프런


작가 콘텐츠 - 퍼블리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으나 개인마다 상황마다 공감의 정도가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사업에도 정답이 없기에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전 10화 스타트업, 지분을 나누는 현명한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