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본 '시월드'

by 슈밍아빠

남자의 시선에서 시월드를 바라보고 경험한 바를 기록한다. 나는 수년간 직장에서 여자들과 함께 일해왔고, 결혼도 했기에 시월드라는 주제를 자주 접했다. 여자들에게 가장 민감하고 자극적인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기도 하다.


결혼 전에는 시월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묵묵히 모든 것을 참고 삭이며 살아왔기에 대부분 여자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시월드를 회피하는 여자들이 유별나다 생각했다. 경험해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남자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다. 성별이 다르기 때문에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그런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남자가 이해할 수 없는 대표적인 것 - 시월드, 출산
여자가 이해할 수 없는 대표적인 것 - 군대, 성욕


처월드라는 말은 없다. 출산도 안 해보면 모른다. 여자는 병사로 군대에 가지 않는다. 남자의 성욕은 여자의 식욕과 같다고 한다.


1. 신혼 초기

나의 시선으로 볼 때 부모님은 아내에게 정말 잘해준다. 주말에 딸을 맡겨놓고 데이트하라고 시간을 주신다. 설거지나 음식 만드는 것을 시키지 않고 직접 하신다. 그래도 아내는 어머니 옆에서 이야기도 하고 일을 도와드렸다. 지금에서 들어보니 어머니는 힘들까 봐 아무것도 안 시켰다고 하고, 아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 불편했다고 한다.


2. 신혼 ~ 3년

자주 보다 보니 처음보다는 많이 친근해진 것 같다. 나를 빼고 식사하러 가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둘이서 대화도 많아졌다. 여느 집보다 고부간에 사이가 돈독하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어머니가 서로 편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서로 잘 지내려는 노력이었고 배려였다. 아무리 편해도 '시'자가 들어가면 서로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다.


나도 어머니, 아버지가 좋아. 그래도 시부모님이라 불편할 수밖에 없어!




처갓집과 왕래가 아주 잦은 편이다. 사는 곳도 가깝고, 장모님이 육아를 맡아주시기 때문에 같이 산다고 봐도 무방하다. 몇 년을 매일같이 보다 보니 장모님과 사위의 관계는 엄마와 아들 관계처럼 변해갔다. 둘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한다. 잘못하면 혼나기도 하고, 등짝 한 대 맞는 것도 예사다. 처갓집에 놀러 가도 안방에 같이 누워서 TV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장인어른, 장모님이 아들 대하듯이 살갑게 대해 주시는 덕분이다. 물론 신혼 때는 각 잡고 앉아서 제대로 웃지도 못했다.


궁금했다. 왜 아내는 시댁에 가서 그러지 못할까? 우리나라 정서상 이게 안된다. 시댁에 가면 항상 아내는 조심스럽다. 뭔가 불편함을 느낀 부모님이 방에 들어가서 쉬어라고 해야 긴장을 풀고 방에서 눕는다.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전환해보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3. 3년 이후~

요즘은 시부모님과 많이 편해졌다고 한다. 같이 목욕을 가기도 하고, 같이 드라마를 보면서 농담도 한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뭐라도 며느리를 챙겨주려고 하신다. 덕분에 아들은 안중에도 없다. 무조건 며느리 꺼만 사준다. 아내도 자주 연락드리고 휴일에는 같이 식사를 하고나 나들이도 가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알 것이다. 나를 배려하는구나. 잘해주려고 애쓰는구나. 그래서 고부갈등을 겪지 않고 원만하게 지내는 것 같다. 가끔은 섭섭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점도 있지만 절대로 서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만과 섭섭함은 나한테 푸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기분 나쁘면 "어머니한테 말하지 마", "OO이 한테는 말하지 마라"라는 전제를 달고 두 여인이 나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다. 마치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정말 힘든 나날이었다. 그것도 몇 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이제는 그런 일이 있어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힘들었던 점 들어주고, 고생했던 점 알아주고, 잘 해줘서 고맙다고 꼭 말해주자. 작은 보상이라도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특히 명절 전후로 꼭 필요하다.




최근 처갓집에 일이 생겨서 어머니가 한 달 정도 우리 집에 계시면서 육아를 도아주고 계신다. 아줌마들은 끔찍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위험한 동거생활을 잘해가고 있다. 가끔 육아방법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상호 간에 지킬 것은 지키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어머니와 아내에게 고맙다.



★ 스스로 내린 5가지 결론

1) 시댁과 시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하다.

2) 시간이 가고 사이가 좋아져도 불편하다.

3) 남편이 중간에서 샌드백이 되어야 가정에 평화가 온다.

4) 남자는 어머니와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자(섭섭함을 풀어줘야 한다)

5) 처갓집은 자주 가면 편해질 수 있다.



※ 한달 간 위험한 동거는 끝이 났고, 서로 선물을 주고 받으며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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