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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bow Jul 11. 2021

등장인물과 함께 -네로

플란다스의 개-네로







플란다스의 개는 내가 어린시절 만화영화로보다가 하도 통곡을 해서 아마 보는 걸 금지당했던지 그랬던 이야기다.  유명한 빨강머리 앤이나 플란다스의 개 베르사유의 장미 등 그 당시의 애니메이션 이미지만 보더라도 그 당시의 어린 아이로 돌아가 방바닥에 엎드려 엄마 아빠가 오기를 기다렸던 초저녁의 시간의 색감과 공기와 분위기가 생생하다.




그때 엄마 찾아 삼만리나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하도 울어 어른들이 다 한 마디씩하고 엄마는 어디 엄마없는애인줄 알겠다고 핀잔주던 기억도 어렴풋하다. 결국 울다가 잠들어 끝까지 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유치원도들어가지 않던 어린 아이였지만 슬픔에 유독 강렬히 반응하던 그 성격은 그 이후로도 내게 사회에 적응하기에는 어려웠던 장애물로 남아있다. 이런 기질을 두고 때론 극을 배우던 시절 선생님께서 아무나 가질 수 없는재능이라고도 좋게 말씀해주셨는데 물론 본인은 많이 괴롭다는 것엔 동의해주셨다. 재능이 있어도 그를 잘다듬고 담금질하는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없다면 빛을 발하기는 어렵다. 특히 나와 같이 등장인물에 과하게 공감하는 것이 그 재능이라면 말이다. 결국 울다가 플란다스의 개 끝부분이나 즐거운 부분은 다 놓쳐 버렸으니 예고된 비극이지 않았나 싶다.




그 잊었던 플란다스의 개를 학생을 가르치며 파트라슈를 네로가 맡기고 이별하는 장면을 읽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나도 읽었다소 착각한 책이었는데 다시 검색해 본 바 나는 이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학생과 같이 읽었던 소설의 일부는 미술 수상대회에서 수상을 못하고 좌절에 빠져 쓰러진 네로를 지키며 파트라슈가 으르렁대고 파트라슈가 핥아주어 겨우 굶주림과 절망 속에서도 네로는 일어나 길거리를 헤맨다. 그  길거리에서 파트라슈는 매우 큰 돈이 든 지갑을 줍고 풍차 집에 가 지갑을 찾아준다. 추위에 나막신을 신고 굶주림에 떨고 있는 네로는 코제트 부인이 주는 수프도 파트라슈에게 양보한다. 그리고 부인에게 부탁을하는 네로. 파트라슈가 이젠 많이 늙어 우유 수레도 끌 수가 없고 자신과 같이 있으면 굶주리게 될 테니 맡아달라고. 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네로는 문을 박차고 나간다.




이제 마지막 어린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나의 학생은 아무렇지도 않아했고 국어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로의 말을 소리내서 읽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이게 왜 슬프지 않냐며 학생에게 몇차례 물어봤다. 감정이 다소 주책맞은 선생인 걸 인정했지만 나도 이 나이가 되어서 이렇게 눈물이 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학생은 웰시코기 강아지를 기르는 것이 인생 최대의 소망이라 만약에 웰시코기를 키웠는데 네로의 입장이 되어 보면 안슬프겠냐는 물음에도 슬프지 않다고 했다. 절대로 억지로 슬프라고 다그치진 않았다. 어린이의 마음은 소중하니까. 이유를 물어보니 강아지가 죽지 않는다면 안슬프다고 해서, 오히려선생님의 입을 막았다. 그게 바로 네로의 마음이구나. 하지만 친구와 가족이 파트라슈밖에 없는 네로는 매우용감하게 슬픔보다는 파트라슈의 안녕을 기원한다.  




<자기 앞의 생>을 쓴 로맹가리가 이 책을 먼저 읽었는 지도 모르겠다. 아마 읽었을 거다. 물론 톤은 다르지만주인공 모모가 강아지를  


귀부인에게 팔아버린다. 모모는 차 뒤 유리창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멀어져가는 강아지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크고 유일한 선물이었다고 담담히 말한다.




집에 돌아가는 길.  안그래도 슬퍼져서 찾아보지 않던 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개(강아지라고 하기엔 좀큰 <래쉬>에 나온 개, 사랑이>를 생각했다. 산책을 하면 항상 앞서 가다가도 내 뒤로 뛰어 내려와 날 몰고 가던 사랑이 많은만큼 질투도 많았던 사랑이. 항상 부르면 오고 멀리서도 못이 박히듯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있었던 아이.   작별은 항상 슬프지만 정작 진짜 내가 아이와 헤어졌을 때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혹은못했던) 것은 그 아이와 산길을 무작정 걸었던, 그리고 항상 다시 내게 달려와줬던 그 장면이 천국 이란 단어를 알려줬기때문에 눈물로 얼룩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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