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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bow Jul 11. 2021

등장인물과 함께-제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제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는 항상 나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만들고 결국엔


좋은 친구처럼 같이 걸어가게 만들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는 아이유로


한 번 더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그 노래를 듣고 다시 더는 듣는 일은 없었다.


제제는 아주 말썽을 많이 일으키지만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아버지에게 벨트로 수없이


맞는 아이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오빠가 선물받았는데 그냥 여기 저기 돌아


다니고 있던 책을 내가 소파에 누워 5번은 읽으면서 통곡을 했다. 나는 항상 엄마가


오빠를 더 좋아한다고 믿었는데 내가 어려서 집에 일찍오면 오빠나 엄마가 집에 올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그 때 어쩌다 잡힌 이 책을 여러번 읽었는데


뭐 엄마 아빠한테 맞지도 않았는데 맞은 애처럼 통곡을 하다가 한번은 엄마가 집에 왔고


무슨 애가 책 한 권을 몇 번을 읽고 우냐면서 힐난을 하셨다. 결국 그 이후에 그 책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정도로 울고 불고 하면서도 같은 책을 여러번 읽은 나도 결코 키우기 쉬운(키우기


쉬운 아이가 어디있을까? 쉬울 수록 아이의 마음이 곪아간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아이는


아니었던것 같다.


 


난 실제로 어렸을 때 상상력이 너무도 풍부했고 혼잣말을 하고, 게다가 연기도 하면서


걸어다녀서 날 아는 아저씨가 엄마한테 내가 좀 이상하다고 전화를 했던 것도 같다. 희미한


기억이 있는데 엄마가 날 그냥 쳐다보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제제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말을 한다고 하면 진짜로 나에게도 그 나무가 있을 텐데 말 소리가 들리는 나무를 찾기도


했고 그 나무를 결국 못 찾자 또또까라는 작은 새는 보이진 않지만 나에게도 있을 거라고


믿었다. 스르르 그 새가 제제의 마음 속에서 날아가자, 어느 순간 나도 스르르 무언가


가슴에서 가볍고 보드라운 깃털같은 것이 날아가는 느낌이 드는 것만 같았고


그렇게 유년 시절은 정확한 절취선없이 지나갔다.



초등학생을 가르칠 때는 내가 초등학교 때 어땠나 떠올리게 되고 중학생을 가르칠 때는


중학생 때 마음이나 머릿속이 어땠나 싶고 고등학생을 보면 어떤 점이 어려웠지, 하고 생각


하게 된다. 나는 기억력은 유난히 발달되어 있어서 문득 어린 시절 한 장면이 영화 예고편처럼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던 말이 음성 그대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기억력은


축복이기도 했고 재앙이기도 하다.  



제제의 뽀르뚜까 아저씨는 나에게 누구였는 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제제에게 뽀르뚜까


아저씨가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리고 나에게 제제가 있어서 좋았고 지금 다시 읽는다면


또 내가 맞는 것처럼 울 것도 같지만 제제처럼 사람에겐 유년시절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나무의 나이테처럼 선명히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 되었을 땐 유년시절에 잘 못


자리 잡은 마음이 우울감을 안겨주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행동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유독 웃음 소리가 깔깔대고 크고 화통하고 조금 특이한 편이다. 사실 이렇게 유난스럽게


웃는 건 내 어린 시절 본래의 나의 모습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웃지 말아라, 여자애가


웃는 소리가 크다, 이쁘지 않다는 지적을 몇 번 받았고 외모에 관심을 많이 가질 무렵


내숭을 떨기 시작하면서 입을 가리거나 숨죽여 웃는 것이 몸에 익게 되었다.


그리고 20대 때엔 숨죽여 웃는 날 보며 답답하다며 소리 내서 웃으라고 하는 말도 들을


정도로 소리를 내지 않고 몸으로만 웃는 것이 몸에 익숙해졌다. 예쁘지 않아도 되고


얌전하고 내숭떠는 척을 안해도 되는 30대가 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썼던


가시관을 하나씩 벗으면서 어느 순간 난 정말 큰 소리를 내서 웃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인식을 하지 못했는데 누군가가 내 웃는 소리는 티가 난다, 혹은 웃는 소리가 매력적이다


(고맙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웃냐, 는 말을 들으면서 내가 소리 내서 웃는 구나 알게 됐다.



어른이 된다는 건 유년 시절 잘 못 박힌 유리 파편을 벗어 버리고 치유하고 맘대로 해도 남을


해하지 않는 마음의 자유를 얻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플로베르는 어른이 되서도


아이가 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천재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있을 것이다.)



내 맘에 아직도 숨죽여 우는 제제도 수많은 제제들, 수많은 어른들 마음에 숨어 있는 제제들.


진짜 뽀르뚜까 아저씨가 필요한 제제들에게 조용히 응원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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