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 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자작시 <그 하루를 살아>-
어느 아침 항공사 마일리지가 소멸된다는 고지를 받았습니다. 근 8년을 비행기 탈 일 없이 살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마일리지의 존재였습니다. 덕분에 지난 옛날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긴 출장의 흔적들을 살펴 봅니다. 어느 계절에는 출장길 위에서 모든 시간을 불태운 날들이 가득했더군요.
그렇게 살아 가던 옛날은 가고 하루를 살아 가는 오늘은 남는 법. 소멸 예정된 마일리지로 간만에 쇠고기 한상과 쓸모 많은 담요와 에코백을 주문했습니다. 제법 화려한 옛날의 그림자가 속 쓰린 비교의 시간일지 몰라도, 그 그늘 덕에 하루 살이하는 우리 부부의 일용할 양식과 살림이 늘었습니다.
다시 자라난 오늘을 선물이라 여깁니다. 그 선물을 오롯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성숙을 기도해 봅니다.
진지하고 치열했던 그 시간에 건배.
-곰탱이 남편이 어여쁜 아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