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새로 구입한 자켓이 두툼하여
너무 앞섰다 생각한 것이 지난주던가
오늘은 그 자켓 안에 셔츠 한 장은
서늘하다 못해 한기가 온다
새벽이 까만 밤 같은 계절이 왔다
시간이 멈추지 않는 한
계절은 늘 섭리대로 오고 가는데
내 마음만
그 꽃이 피고 지던 시린 봄날이었네
이제 이 계절에 살기로
내일은 얇은 스웨터라도 걸쳐야겠다
-2016년 자작시인지 일기인지
<이 계절에 살기로>-
하루에 사계절이 모두 들어 있는 요즘입니다. 새벽같이 나선 병원길엔 벌써 겨울이 숨어 있습니다. 일주일을 보내자면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넘어가는 때가 아쉽다면, 일 년을 보내자면 이 가을을 보내기가 참 섭섭합니다. 그래도 이 계절을 살아갑니다.
가을밤이 아쉬워 아직도 꽃피던 봄날만 그리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코 끝이 시려오는 밤 길어지는 계절에도 꽃잎 떨구던 그 시린 봄날만 바라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이 계절을 살아 길고 긴 겨울밤을 보내면 그토록 그리던 봄날이 올 텐데 말이지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노래가 가슴에 남는 날입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