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 도 우리는 잃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난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라고 말할 것이 아니 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라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코로나 이전에 길을 나섰다가 도심 마라톤으로 차가 정체된 적이 있었습니다. 약속에 늦을까 조바심이 밀려들었지만, 늦으면 사과를 드리면 되는 일. 잃을 것 없는 당황스러움일 뿐이었습니다.
마라톤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 봄이 그립나 봅니다.
답답한 길고 긴 겨울밤, 하루에도 열 번씩 되물었습니다. 내내 대답 없던 가슴 위로..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잃을 것이 뭐가 있노?”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벌거벗은 나와 다시 만날 시간을 마주 했습니다. 그러니 봄을 지나 여름을 너머 가을이 왔습니다.
내게 거룩한 변모는 겨울에서 봄이 되는 일상의 행복이라 기도합니다. 가을에 봄을 그립니다.
머리를 자르고 고로케 한 봉지 담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참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