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생각] 여풍(餘風), 그리고 폭염(暴炎)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여풍(餘風)"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길 / 윤동주 詩 -


여풍(餘風)이란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부는 바람이라고 합니다.


다른 의미로 큰 바람이 분 뒤에 남아 있는 작은 바람이라는 것이지요. 지진의 여진과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무언가 딱히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마음은 불안하여 좀처럼 가라앉지 않습니다. 엄청나고 어마어마한 일들을 겪고 나니 잔 바람에도 마음이 일렁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가 힘이 됩니다.

큰 바람이 쓸고 간 풀 한 포기 없는 길을 걷는 것은 담장 저편의 나를 늘 소망하는 여력이고, 그래서 살아 감으로써 나를 찾게 된다는.


폭염이 거듭되며 일상이 폭력에 노출되는 요즘입니다. 폭염에 온열질환으로 수십 명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그 대다수의 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생업과 생존을 위해 화염 같은 더위의 폭력을 감수하고 그늘을 벗어난 이들입니다. 다시 말해 가난한 이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둘러싼 모든 주위의 변화가 폭력으로 다가옵니다. 폭염, 폭한, 물가폭탄,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폭탄을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지금의 가장 큰 뉴스는 이들의 곤궁함과 죽음이 아닐까요. 그런데 뉴스는 온통 선 긋고 줄 긋고, 선 대고 줄 서는 이야기뿐입니다.


요즘 세상이 그렇습니다. 사건과 사실은 온 데 간데없고 사람을 점으로 연결해 온통 자신들만의 진실 찾기에 혈안입니다


이렇듯 바람 한 점 없어도, 바람 불어 크게 흔들려도 삶은 계속됩니다.

살아가며 길을 찾는 일은 현재 진형형이 됩니다.

2013 여풍 (내 그림)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keyword
이전 13화[늦은 아침 생각] 돌을 든 나는 죄 없는 자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