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휴약을 결정하고서
"겉으론 담소자약(談笑自若) 하나,
속으론 전전불매(輾轉不寐) 하다."
삼국지에서 오나라 감녕이 조조의 40만 대군을 보고서도 실실 웃기만 했다지요. 개전하자마자 적진을 헤집어 놓고서도 아군은 한 명의 피해도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담소자약(談笑自若)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지요. 그러나 어쩌면 그 웃음 뒤에는 잠 못 이루는 숱한 날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라는 임을 얻지 못해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던(輾轉不寐) 공자의 마음과 다름없지 않았을까요.
기대와 걱정은 등을 맞댄 운명의 동전 양면과도 같습니다. 기대가 무너지면 걱정이 한가득 밀려오고, 걱정이 한 꺼풀 사그라들면 새로운 기대가 꿈틀거리기 마련이니까요.
오늘 혈액검사 수치에서 혈소판이 13,000으로 떨어져 일주일 항암 휴약을 결정했습니다. 백혈구 중 호중구는 지난주 촉진제를 맞고서도 겨우 10이 올라 590. 500 이하면 격리 입원이 고려되기에 오늘은 혈소판 수혈과 촉진제를 맞고, 일주일 항암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2차 약제를 8월 20까지는 써야 그 지속 여부 결정되는데, 휴약한 만큼 판단이 늘어지거나 불내약성 부작용으로 4세대 약제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속상한 마음에 더해 오늘까지 해결될 자산 자금 동결의 해소가 수일 더 미루어졌습니다.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손발은 점상출혈이 시작되었고, 미세 내출혈이 있는지 헤모글로빈 수치는 수혈 직전이지만 참기로 합니다. 채혈만 했는데도 바늘 자국은 멍이 되고, 양치질에 잇몸에선 피가 번집니다. 변비에 걸리면 출혈 위험 있다니 꾸역꾸역 먹고 따뜻하게 씻어 내기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의 소망을 품습니다. 지난 며칠간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폭염을 잠시 피할 겨를을 찾았고, 일용할 양식과 응원을 얻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엄하고 냉혹한 신의 모습일지 몰라도 앓아누운 제게는 사랑의 하느님이 곁에 계시다는 믿음과 그에 대한 기대가 깊어만 갑니다.
산다는 건 그런 것이겠지요. 때론 태풍이 와도 시원한 미풍처럼 받아들이고, 때론 살랑바람에도 휘청댑니다.
바람에 휘둘리기 버거운 일상이라면 차라리 바람이 되어 보고 싶습니다. 아무 효용도 없는 무용지용의 병구지만, 기도하고 묵상하고 감사드리며 살아 내고 싶습니다.
이게 지금 제 마음입니다.
여전히 여러분들의 응원은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