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사실은 말이에요

by 이우주

선생님을 몇 년간 뵈어오면서 한 번도 한 적 없는 이야기를 한 날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조차도 내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리라.


"선생님, 생각해 보니까요 저는 아빠를 되게 좋아했더라고요,

그래서 더 상처받고 더 슬픈 것 같아요.

몇 가지 장면들이 떠올라요.

제가 책이 읽고 싶다고 했을 때 동화책 전집을 사주기도 했고,

해리포터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나오는 게임 cd를 항상 사줬어요.

그런 장면이 떠오르네요."


상담 끝자락에 나는 선생님께 오늘도 횡설수설만 하다 가는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아니에요, 우주 씨.

오늘 되게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처음 알게 된 사실도 있고요."


처음 알게 된 사실,

나는 혐오 이전에 아빠를 좋아했었다는 것과

내게 따뜻했던 아빠의 모습도 조금은 남아있다는 것...


좋아했기에 더 싫어할 수 있다는 것

좋아했기에 더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다.


그렇다고 나는 그를 '아빠'라고 애정 어린 단어로 부르고 싶지 않다.

감히 나의 앞에서 나를 키울 수 없다 통보하고, 나를 버린 사람에게

쉽게 얻을 수 없는 호칭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다만 그저,

나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좋은 아빠에게, 그 사람에게만 아주 가끔,

'아빠'라고 한 번 불러보고 싶다.


목이 메어 차마 현실에서는 부를 수 없는 그 이름을

꿈에서만이라도, 상상속에서만이라도

아주 가끔 나만 들리게 불러보고 싶다.


그러니 당신은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아서 내가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오래도록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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