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인

위장장애

by 이우주

이제야 내가 강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던 날들이 있었다.

선생님께 이제 내가 강해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렸다.


"지금, 연약하기 짝이 없어요"

그 말을 듣고는 반발심이 살짝 일었다가 이내 또 수긍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위장장애로 자주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하루 건너 체하고 명치가 늘 답답했다.

내과에 가서 약도 먹어보고 소화제를 달고 살았으며 내시경까지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신경성 위장장애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길고양이들 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공원에 사는 길고양이들의

식사를 보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밥을 주다 보면 마주하는 여러 마음 아픈 상황에 자꾸만 더 깊숙이

상황에 개입하게 되곤 했다.


그런 나를 잘 아는 선생님은 그날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우주 씨 고양이들 밥만 줘요. 거기까지만 해요.

우주 씨는 고양이를 돌보지만, 저는 우주 씨를 돌보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우주 씨가 이렇게 망가지는 걸 볼 수 없어요.

그러니 밥만 주도록 해요"


이유는 이러했다.

내게는 일종의 '영웅심리'가 있어서,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고.

이 가여운 생명들을 구조함으로써 '영웅'이 되고 싶은 거라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보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선생님은 내게 그날 아주 오랜만에 과제를 주셨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돈으로 우주 씨에게 고단백의 건강한 식사를 챙겨줘요"


그때 나는 뜨끔했다.

동물들에게 쓰는 돈은 하나도 안 아까우면서 나에게 쓰는 돈은 늘 맘이 편치 못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다.


그날의 주제는 '나는 나를 얼마나 돌보고 있는가'였다.


나 하나도 못 돌보면서 무슨 영웅이 되겠다고,

그렇게 영웅이 된다면 위장장애를 달고 사는 병약한 영웅이 되고야 말겠지.

영웅이 되기 전에 나부터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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