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 작가의 먹고사는 이야기 6
할로윈에 진심인 캐나다의 초등학교
할로윈은 캐나다 초딩들의 최대의 명절이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 역시 할로윈이다.
아이들은 원하는 캐릭터의 분장을 하고 학교 친구나 동네 친구들과 떼로 모여 온갖 단것들을 수거하러 다닌다.
심지어 부모들은 뒤에서 커다란 여분의 바구니를 들고 따라다니기도 한다.
팬데믹 이전의 할로윈 주에는 학교에서 코스튬 퍼레이드를 하기도 했고 부모님들이 참관도 할 수 있었다.
다수의 관중이 모일 수 없는 지금은 학생과 선생님들이 각자의 클래스에서 즐기는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할로윈 저녁의 trick-or-treat은 아이들의 엄청난 행사이다.
캐나다의 아이들이 밤늦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날인 듯싶다.
부모들은 온 동네를 신나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는 일도 꽤나 힘든 일이다.
마트에는 할로윈을 위한 온갖 단것들의 세트 상품들이 있어, 대부분의 경우 이것들을 구입하여 소분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
하룻밤의 투어로 아이들은 몇 달간의 간식(부모가 제어를 하는 한)을 마련할 수 있다.
올해의 할로윈에는 오징어 게임의 여파로 조금 재밌게 해 보기로 했다.
와이프와 함께 달고나 캔디(내 기억엔 뽑기라고 불렀던 것 같다)를 만들어 나누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의 재미난 발상은 엄청난 노동을 결과로 가져다주었다.
이 작업이 이렇게 에러율이 높을 줄이야!
거의 50%의 성공률!
두어 시간이면 끝나지 싶었던 작업은 아침 일곱 시나 되어서야 겨우 백개를 맞출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이런 발상은 절대로 하지 않기로 굳게 맹세했다.
오늘 투어는 아이들의 같은 반 친구 남매와 같이 돌기로 하여 기다리던 중에 저녁 무렵이 되어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다니게 되자 우리 아이들도 갑자기 들뜨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에서 오징어 게임 의상이 오는 중이었는데 할로윈에 맞출 수 없어 마침 보유 중인 의상을 제안했고 다행히 아이들이 입어주었다.
친구들을 기다리던 도중 기록도 남기고 아이들과 아내는 신나게 동네를 투어하고, 나는 우리 집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달고나 캔디를 나누어 주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엄청났다.
이민자로서 이런 일들이 자주 있으면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현지인들과 공통의 주제가 생겨 다가서기도 쉽고 그들과 우리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외국에 사는 이민자로서 엄청난 일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도 달고나 캔디를 보고 이게 오징어 게임에 나온 그 캔디가 맞냐고 물어보고 환호를 하기도 했다. 조금 큰 아이들은 받아 들고 감격을 하기도 했다.
남은 달고나를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스타가 되기도 했다.
이전엔 있을 수 없던 일이다.
각자의 동네를 돌고 이란 이민자인 아이들 친구의 집에서 잠깐 아이들은 플레이 데이트를 하고 부모들은 차 한잔 하며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집의 멋진 경치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늦어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아이들은 아주 행복한 하루를 보냈음이 확실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오늘 정말 재밌었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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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빤 졸려.... 내일 아침에 도시락도 싸야는데....
캐나다 이민 4년 차 시각예술가 권창희입니다.
가끔은 작품 이야기로, 때론 낯선 나라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chenny_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