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여름 일상, 그리고 코로나
캐나다의 여름
원래의 계획은 여름 방학 동안에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터지고 여러 가지 제한된 상황들이 발생하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열 시간이 넘도록 버틴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는 생각에 한국행을 미루기로 했다.
어느 정도 여행은 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가까운 거리만 움직이며 여름을 나기로 했다.
캐나다 BC 주는 농장에 과일을 따러 가는 U-pick으로 유명한데 7월이 지나도록 흐리고 비 오는 날들이 많아서 올해의 과일들은 많이 늦게 출하된 모양이다.
일기예보를 확인한 후 딸기 유픽을 가기로 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딸기 유픽도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한참을 비 오더니 하필 그날은 엄청 더웠다.
캐나다의 딸기는 한국의 그것만큼 달거나 부드럽지 않다.
마트에서 사서 처음 맛본 딸기의 맛은 정말 낯설었다.
과육이 아주 단단한 편이고 신 맛이 아주 강했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 일반 마트에서는 딸기를 사는 일은 거의 없다.
이번의 딸기 유픽도 맛없으면 잼이나 만들지라는 생각으로 했다.
애들만 재밌으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뜻밖에 잘 익은 딸기는 한국의 딸기 맛 만은 못하지만 먹을만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딸기맛을 보았다.
7월까지는 흐린 날이 많아 해 뜨면 나가야 했다.
애들이 몇 달째 집안에 갇혀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소한 집 근처 공원에라도 나가서 자전거라도 태워야 한다.
3월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마침 이웃에 아들의 담임 선생님 집이 있다.
또래의 형제가 있어 아들과 베프가 되어 매일 어울리는 사이가 되었다.
날이 좋은 날은 짐 싸들고 가까운 폭포에도 갈 수 있다.
집에서 약 30분 거리의 폭포이다.
폭포 아래 계곡에선 정해진 자리에서 간단한 취사도 가능하다.
7월 중순에서야 맑은 날들이 많아졌다.
원래는 5월 이후에는 계속 맑아야 정상인 날씨였다.
캐나다의 여름은 구름이 없는 날은 오전부터 더워서 햇볕 아래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거짓말처럼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여름이 한창인 요즘은 구름이 안 보이면 호수로 나간다.
캐나다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대부분의 호수에는 피크닉 존이 있고 바비큐 같은 같은 간단한 취사도 가능하다.
입장료도 없고 집에서 컵라면 몇 개와 코펠, 버너만 챙겨가면 애들이 놀다 허기져도 따듯한 음식을 먹일 수 있다.
호수의 물은 아주 차가운 편이라 애들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담요와 갈아입을 옷 등은 꼭 챙겨야 한다.
한국인 부모들은 커피믹스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최근 전에 살던 집의 이웃과 같이 다녀온 Rolley Lake는 약 3km 정도의 작은 호수라 물도 따뜻한 편이라 아이들이 놀기 좋은 호수이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웃 복이 있다.
짧은 영어에도 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주고 이해해 준다.
예전 집의 이웃과 현재의 이웃은 아이들이 또래라 그런지 쉽게 친해졌고 플레이 데이트도 자주 하는 편이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비가 많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잡초는 왜 이리 잘 자라는지.
도무지 화초와 잡초를 구분할 수 없고 무슨 꽃인지 모르는 것들도 많아 잔디를 제외한 화단을 밀어버리기로 했다.
거의 4일 정도 작업이었던 것 같다.
더위를 피해야 해서 오후 늦게 작업해야 했다.
캐나다의 해는 여름에는 9시가 넘어야 진다.
이렇게 올해의 여름은 이웃과 자연과 약간의 노동으로 보내고 있다.
9월이면 학기가 시작인데 며칠 전에 이틀 미루어졌다는 뉴스가 떴다.
많은 사람들이 2차 팬데믹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학교가 걱정일 수밖에 없다.
캐나다이든 한국이든...
그래도 캐나다의 여름은 화창하다.
캐나다에 사는 비주얼 아티스트 권창희의 이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