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희 작가의 캐나다 이민 이야기
갑작스럽다면 아주 갑작스럽게 이주를 결정해 버렸다.
나와 가족을 위해 생활환경을 바꾸고 싶었는데 기회가 생겨서 말 그대로 오래 생각하지 않고 결정해 버렸다.
아이들이 3살, 5살이라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미세먼지 때문에 집안에만 있는 것도 싫었고, 내 작업을 위해서, 삶을 위해서도 리프레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사랑하는 아내는 나의 결정을 따라 주었고 적극적으로 준비를 해주었다.
때맞춰 진행 중인 작업들을 끝마칠 수 있었고 작업실을 빼는 문제도 수월하게 해결되었다.
일단 작업실은 전부 옮기기로 했고 집의 짐은 최소화했다.
가구를 뺀 옷가지와 세간살이만으로도 엄청난 양이되었다.
우리 부부의 짐은 줄이더라도 아이들의 짐은 줄일 수가 없었다.
작품을 화물포장을 하게 되어 부피와 무게가 크게 늘어나 그 부피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되어 버렸다.
운송은 미술품 전문업체를 우선으로 했고 다행히 아는 분이 계시는 아시안타이거즈 Asian tigers로 결정했다. 작품은 정말 꼼꼼하고 튼튼하게 포장해 주었다. 무사히 도착하길 바랄 뿐이다.
출발 한 달 전에 짐을 부치고 나니 우리 가족은 난민 생활이 되어버렸다.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대부분의 옷가지를 이삿짐에 포함시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입을 옷이 없을 정도였다.
4월 5일 아침, 출발하는 날은 비가 많이 왔다.
짐은 줄인다고 줄였는데 기내용 화물 포함 총열개의 화물이 되었다.
기내용 가방 3개를 뺀 나머지 7개의 대형 캐리어와 이민가방이 네 식구의 짐이었고, 이삿짐이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 할 옷가지와 생활용품이었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어린아이들이 별다른 사고 없이 정말 잘 버텨 주었다.
내심 악명 높은 북미 지역 항공사들의 서비스에 대해 걱정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에게 신경 써주면서 도움을 주어 정말 고마웠다. 그 승무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아이들은 캐나다로 이주하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좋아했고 어린이집 친구들과의 이별도 어렵잖게 해내었다.
나 역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감성적이고 여린 아내는 슬픔 반 두려움 반이었던 것 같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외국은 여행만 해봤지 살기 위해 가는 것은 모두 처음이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한 번은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다.
하지만 닥치게 될 줄은 몰랐다.
비가 많이 오는 시기라 도착했을 때도 비가 오고 있었다.
입국심사와 이민국에서의 인상은 정말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국이나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민국, 세관 등의 오피서들이 상당히 잘 생기고 미인이었다.
우리는 밴쿠버에서 80km 정도 떨어진 아보츠포드 Abbotsford라는 곳에 집을 구했다.
광역 밴쿠버에 속하는 외곽지역이다.
첫인상은 파주 같은 느낌이랄까?
가는 길에 가구 공장도 많고 농장들도 보이는 영락없는 파주 가는 길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공기의 질정도?
시차 적응하는 데는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아이들은 그보다 일찍 적응했고 아침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 앞마당과 뒷마당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서울에서는 빌라에서 살았던 터라 생전 처음으로 잔디밭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놀게 되었다.
성묘 때 몇 번 깎아본 잔디를 여기선 일주일에 한 번씩 기계로 짝 아야 하지만 애들이 좋아하니 고된 일은 아니다.
5월의 아보츠포드의 하늘은 정말 아름답다.
여름 내내 아름답겠지.
가을부터 다음 해 봄까지는 정말 우울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다.
옆집 사람들과 안면도 트고 다행히 또래의 애들이 있어 아이들은 친구가 생겼다.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아들이 다니게 될 학교도 둘러보고,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농장에도 가보고,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듯하다.
아직은 낯설고 신기한 것들 뿐이다.
이삿짐은 우리가 도착하고 삼일 안에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는데 누구의 잘못인지 한 달이 지난 후에 도착했다.
그동안 퀸 사이즈 매트리스 하나에 이불 세장 가지고 난민 생활을 했다.
계절이 바뀌어 옷도 적당치 않았고 낮엔 덥고 밤엔 추웠다.
한창 적응해야 할 시기에 이삿짐 정리를 해야만 했다.
세간살이에, 작업실 짐까지...
공구 작업과 사진 작업은 차고에서 하기로 했다.
정작 차는 차고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오늘에서야 정리 작업을 끝냈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아직 뜨지 못한 작가는 한국이나 캐나다나 마찬가지이다.
나만의 장르를 찾겠다고 벌인 일, 어느 곳에서 하든 마찬가지이다.
이제 브런치에 그 과정을 기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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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희 權 昌 熙 Kwon, Changhee Chenn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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