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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May 10. 2024

내 성격과 완전 다른 일을 해 보기

Feat. MBTI를 알아서 다행이다, 몰라서 다행이다.

 “저는 내향적인 사람인데요, 해외에 나가면 모든 인간관계를 다시 만들어야 하잖아요. 저 같은 사람도 잘 살 수 있을까요?”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질문이 몇 날 며칠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적이 있었고, 그 걸 바탕으로 새 개정판에 ‘I형 인간의 해외살이’라는 글을 썼다. 그렇게 책에 들어갈 글을 쓰다 보니 지금 쓰는 이 글이 쓰고 싶어졌다. 


20대 때 MBTI테스트를 몰랐다. 아니 딱 한 번 공강 시간에 심심해서 학교 취업정보실에서 한 적이 있다. 결과는? 알 게 뭐야. 당연히 기억하고 있을 리 없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되고서야 처음으로 해 본 그 테스트의 결과는 INFP였다. 

나는 빨빨거리고 싸돌아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여럿이서 술 먹고 늦게까지 노는 것도 좋아했다. 물론 주기적으로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줄 알았다. (그게 내성적인 사람의 특징이라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아무튼 거의 모든 시간 누군가와 함께였고, 집은 그냥 하숙집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내가 INFP라고? 나의 20대와 30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건 개정판에 썼다.

1) 내 성격과 완전 다른 일 하기 - MBTI를 몰라서 다행이다.

아무튼 20대 후반에 들어설 무렵 처음 한 일은 우리 회사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해 우리 회사의 존재를 알리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었다. 이전 회사에서도 영업팀에 일해서 고객들과 계속 연락하곤 했지만, 이 일은 달랐다. 기존 고객이 아니라 내가 새 고객을 만들어야 하는 거였다. 나는 잡상인 취급 당하기도 상처받은 적도 많았다. 솔직히 말하지만 입사하고 딱 3일 만에 든 생각은 

 "미친... 내가 무슨 일을 하겠다고 한 거지?"

나는 이걸 할 수 없는 인간인데 내가 어쩌자고 이 일을 한다고 했을까? 매일 거친 생각(잘릴 각오)과 불안한 눈빛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은 일도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고 도전하면 는다. 고난의 6개월이 지나자 그 일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타깃으로 정한 모든 가망 고객과 일단 관계를 시작하고, 새로운 거래처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성과대로 받는 인센티브의 맛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물론 익숙하다고 해도 누군가와 처음으로 연락하는 것은 10km 마라톤을 했을 때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다. 그 일을 끝내고 나면 매번 나는 거의 영혼이 가출한 상태로 긴급하게 회사 계단으로 혼자 숨어 들어갔다. 비상계단은 그렇게 내 영혼의 응급실이자 안식처였다. 비상계단이 언제나 열려 있어 어찌나 다행이었던지!!


 ‘내가 20대에 나의 MBTI 타입을 알고 있었다면 과연 이 일에 도전해 봤을까?’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알았다면 나의 성격과 안 맞다며 이런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일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던, 혹은 갖고 있었으나 발휘될 리 없었을지도 모를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도와줬다. 내가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의 케파를 높여준 거다. 나이가 먹다 보니 점점 겁이 생기는데 그땐 어려서 겁도 없었다.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실수를 해도 금방 일어났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곤 했다.


여전히 누군가와 연락해야 할 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나다. 하지만 그 일 덕분에  다음 일들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물론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가망 고객은 어떻게 찾고 특정하는지,

처음 만나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나갈지,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신뢰를 쌓는지 


직업이나 직장을 찾을 때 MBTI를 참고할 순 있지만 거기에 너무 무게를 두진 말 것. 

어려서 나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은 일에 도전해 본 것은 엄청난 경험이자 재산이 되었다. 내 성격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맞는 일을 할 때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수많은 고민과 불안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어릴 때 할 수 있어서 나는 운이 정말 좋았다. 일을 하면서 나의 새로운 면을 개발하고 게다가 그렇게 개발한 특성은 내가 죽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니... 어렸을 때 MBTI를 몰라서 다행이었다.



2) 지랄 맞은 성격의 근원 - MBTI를 너무 늦게 알아서 아쉽다.


주기적으로 우울해져서 해야 하는 일을 도무지 쳐다보기도 싫고 엄청나게 미룬다. 그럴 때면 엄청난 자책을 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나를 괴롭히며 살아왔다. 그러다 1년 전쯤이었나 그날따라 MBTI 타입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어 보고 든 생각은, 

 ‘아, 나는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구나?’


얼마 전 ‘조승우’ 배우님이 나오는 유퀴즈온더블락 영상을 봤다. 조승우 배우도 INFP라고 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드라마는 부끄러워서 혼자서도 못 본다고 했다.

안타깝습니다, 황시목 검사님. 이 명작을 못 보신다뇨..


‘아,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나 같은 사람이 있구나.’

나는 소심한 관종이라 책 쓰고 인터넷에 글 써도 절대 그걸 다시 볼 엄두가 안 난다. 얼마나 부끄럽냐면 내가 책 낸 사실을 이번에 엄마가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엄마의 기쁨을 5년간 미룬 불효녀가 됐다...) 책이 나온 지 5년이 됐는데 그걸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제야 알렸다. 


나는 내가 밖으로 꺼내놓은 것을 다시 보는 게 너무너무너무 부끄럽다.

내 글을 다시 보는 건 엄청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정말 피곤한 인생이다.

그래서 브런치나 링크드인에 쓴 내 글 밑에 댓글이 달려도 좀 늦게 확인하게 된다. (미리 죄송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MBTI 설명을 읽고 나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 자신을 좀 덜 몰아붙이게 됐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간을 정해야 하고,

감정기복도 심하고

시작하면 끝을 보는데 막상 시작 힘이 들어 혼자 숨어 다니고,

 

그냥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라는 걸, 내가 대단한 인간이 아니란 걸 받아들이는데 MBTI가 조금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편안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고 나서 유행에 휩쓸리기 싫어 일부터 MBTI테스트를 안 하고 있던 걸 조금 후회했다. 조금 일찍 알았다면 인생이 좀 더 편안해지고 가벼워졌을 텐데...




그래서 결론은 뭐?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MBTI 결과를 알게 된 것에도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그냥 적어본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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