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다 터트리고 돌아온 나를 보고 P양이 토닥여줬다. P 양이라면 야무지게 잘 들고 왔을 텐데. 다음에는 같이 가주겠다고 한다. 그러고 같이 장 본 날본인이 다 들 수 있다고 콜라 한 박스랑 가방을 힘껏 들고 간다. 콜라 많이 사서 든든해?ㅎㅎ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독일의 장점>
독일에 오랫동안 살지는 않았지만 딱 살아본 만큼의 느낀 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6개월 정도 거주했고, 거주하는 동네는 한국으로 따지면 경주? 정도의 도시인 것 같다. Weimar는 문화 관광지이기도 하고 나라의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독일을 명칭 하는 Weimar 공화국이라는 별명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미세먼지 지수를 보는 날이 많아졌다. 장교생활을 하면서 소대원들의 건강관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미세먼지 지수가 높은 날에는 마스크 착용을 꼭 시켰다. 그런 만큼 미세먼지 지수를 보는 게 습관처럼 되어있었다. 한국에서는 맑은 날이 잘 없지만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하지만 미세먼지 하나 없는 독일에서 살면서 한국의 공기가 정말 나쁘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비교를 하자면 한국은 저 멀리 있는 건물이나 간판들이 조금 흐릿하게 보인다. 하지만 독일은 넓은 들판의 나무, 성당, 움직이는 자동차 등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서울(좌) 독일(우)
나는 러닝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달리면서도 체감이 많이 되었다. 미세먼지가 보통인 날 한국에서 달리면 목이 조금 칼칼하고, 숨이 좀 더 차는 느낌이 든다. 반면에 독일에서는 언제나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고, 뛰고 나서도 기관지가 간지럽지 않았다. 독일은 맑은 날씨가 잘 없기 때문에 맑은 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 그만큼 공기가 맑다.
2. 적당한 물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P양의 말로 옛날에 1유로도 안 하던 스파게티 면이 지금은 2.99유로씩이나 한다는 것이다. 원자제 값이 상승하니 원래 비쌌던 외식은 더욱 못하게 되었다. 원래 독일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물가가 너무 높아졌다고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한국에서 온 나는 이 정도 물가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단, 외식이나 배달 등 서비스가 들어간 비용은 쓰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예를 들어 한국 마트와 독일 마트에서 똑같은 상품을 구매한다고 했을 때 독일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에서 저렴한 제품들은 과일, 빵, 치즈, 고기(생선은 한국이 더 싸다), 꽃, 과자, 아이스크림 등 주로 먹거리가 세일도 많이 하고 저렴하다. 그래서 내가 옷이나 가전제품 쇼핑을 잘하지 않는다면 한 달 식비로 15~25만 원으로 충분하다.
양념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서 집에서 요리하기(총 10유로 정도 지출)
항상 집에서 요리해 먹어야 된다는 귀찮음이 존재하지만, 어쩌겠는가. 평생을 먹고살아야 된다면 요리실력이 좋을수록 이득이다. 요즘엔 백종원 아저씨가 잘 알려주기 때문에 바쁘지 않다면 안 할 이유도 없다.
나와 P양이 아끼지 않고 지출을 하는 부분은 한식이다. 독일 마트에서 저렴한 빵이나 치즈를 계속 먹다 보면 한국인은 김치를 찾기 마련이다. 김치, 양념치킨, 파전, 깻잎에 삼겹살, 제육볶음 등 고춧가루가 팍팍 들어가야 된다. 주변 아시아 마트를 이용해서 재료를 사면 되는데 이건 어쩔 수 없이 조금 비싼 부분이 있다. 만약 한국에서 독일로 갈 때 케리어에 공간이 남는다면 한국 조미료를 많이 가져가면 저렴하게 한식을 먹을 수 있다.
다른 장점들도 많겠지만 내가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은 이렇게 2가지이다. 만약 P양이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나도 자리를 잡게 되면 의료, 보험, 교통, 세금, 육아 등 다양한 방면으로 경험하게 될 텐데 그때 또 한국과 비교를 해보면 재밌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