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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L Jul 07. 2023

독일 마트에서 장보기

목요일부터는 현명한 주부가 돼 볼게요.

머리를 자르면서 뭔가 당했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잘라준 게 고마웠다. 처음 해보는 가위질과 이발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조심스러운 바리깡의 움직임을 느꼈다. 코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도 다 봤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줘서 그런가 머리도 예쁘게 잘 됐고 미용사였던 동생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머리를 보여주니 잘 잘랐다는 칭찬도 해줬다. 뭔가 챙겨줘야 될 것 같은 P양은 항상 잘 해낸다. 멋있다.


셀프이발로 미용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더 아껴볼 수 있는 것들을 아껴보자. 


<세일하는 품목을 알아두기>


대학생 때 배운 것 중 절약은 큰 부분이다. 빨리 경제적인 독립을 하고 싶은 것도 있고, 부모님에게 돈을 받는 것이 항상 죄송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부분을 확인해 봤더니 식비였다. 그래서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 제일 먼저 식비를 아낄 궁리를 한다. 독일에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포스트함에 다음 주 할인 품목이 들어간 전단지를 넣어준다.

다양한 곳에서 전단지들이 온다.


<나만의 독일 장보기 팁>


저 소세지는 꼭 드셔보세요


1. 전단지 중에 진짜 할인하는 것들을 찾기.

전단지에 품목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모두 할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에 AKTION 표시와 함께 빨갛게 글씨가 적혀있는 것들은 할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할인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분을 하기 위해서는 -28%, -50% 처럼 몇 퍼센트가 할인되어 있는 품목을 보는 게 중요하다.



2. 다 다음 주 할인 품목까지 알아보기

전단지를 금~토에 받고 다음 주에 장을 보기 위해서 품목을 정해둔다. 하지만 다다음주에 더 많이 할인이 들어가는 품목들이 가끔 있다. 그 정보들은 전단지에 없다. 따라서 각 마트에 해당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알아두어야 한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어플은 Kaufland, Penny, Lidle Plus가 있다.



3. 각 마트마다 퀄리티가 조금씩 다르다

독일 마트는 EDEKA, REWE, ALDI, Lidle, Netto, Real, Kaufland 등 있다. 어느 정도 품질의 차이가 있어서 마트의 레벨이 존재한다. 정말 현명한 주부의 자질을 갖췄다면 직접 가서 물건을 사보고 비교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REWE가 집과 가장 가깝고 중간 정도의 레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퀄리티가 적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일 별로였다. Kaufland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도 가야 되지만 고기 퀄리티가 제일 좋아 굳이 20분이나 걸려 장을 봐오기도 한다.



4. 캐시백, 할인카드, 회원카드

한국이랑 똑같다. 멤버십이나 포인트카드가 있는 것처럼 독일에도 있다. PayBack이나 각 마트에 해당하는 멤버십 카드를 온라인으로 발급받아두고 계산을 하기 전에 바코드만 찍으면 끝이다.



5. 빠르게 사야 되는 물건들이 있다.

독일인들도 서로 사고 싶어 하는 할인품목이 있다. 예를 들어 브리타 정수기에 들어가는 필터는 가끔 50% 할인이 들어가는데 늦게 가면 물건이 없다. 생필품들은 특히나 할인을 잘하지 않아서 할인하는 날짜에 맞춰서 빠르게 가야 된다.




6. 장을 보기 좋은 날? 목요일!

전단지를 잘 보면 알겠지만 Mo~Mit 즉,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만 할인하는 품목이 있고 웬만한 것들은 목요일에 할인을 많이 한다. 굳이 날짜를 나눠둔 건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하게 하려는 마트들의 수법인 것 같다. 굳이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목요일에 할인품목들을 정리해서 한 번에 장을 보는 편이 낫다.




<나도 대량으로 사고 싶어>


세일하는 건 다 팔려버렸다..

독일은 맥주의 나라다. 그래서 맥주도 한 박스체 많이 판다. 자동차가 있으면 몇 박스든 거뜬히 옮길 수 있지만 학생들은 그나마 자전거로 옮겨야 되는데 박스가 무겁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한 번은 우유가 엄청 할인해서 욕심부려서 2박스를 사가다가 내리막길에서 떨어트렸다. 


우유가 다 터지면서 가방이 다 젖었고 도로도 흰색으로 뿌옇게 물들었다. 몇 유로 아끼려다가 5개 넘게 터트렸다. 내리막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터진 우유들을 정리하고 버리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후.. 자전거를 다시 타고 가려고 고개를 들었더니 창문에서 독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CCTV가 필요 없는 나라..


저 보울을 사지말았어야했다.


우유를 다 터트리고 돌아온 나를 보고 P양이 토닥여줬다. P 양이라면 야무지게 잘 들고 왔을 텐데. 다음에는 같이 가주겠다고 한다.

그러고 같이 장 본 날 본인이 다 들 수 있다고 콜라 한 박스랑 가방을 힘껏 들고 간다. 콜라 많이 사서 든든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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