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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L Jul 07. 2023

해외에서 셀프 미용

머리에 구멍 난 체 바리깡 사러 가기

앞으로도 계속 달리면서 기록을 해볼 생각이다. 숨이 가빠지면서 힘들어지고 멈추고 싶지만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알고 있다. 가쁜 숨이 주는 행복함을 잊어버린 채 살고 싶지 않다.




<미용실은 많지만 막상 가기가 꺼려진다>


작은 동네에도 미용실쯤은 하나씩 다 있다. 옛날에 아버지 따라 불국사에 구석에 있는 미용실에 간 적이 있다. 이상한 달력이 걸려 있었지만 실력은 좋아서 아버지는 자주 가셨던 것 같다. 그래서 작은 동네의 미용실에 대한 의심은 많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에는 달랐다. 내가 살고 있는 Weimar의 작은 도시에도 미용실은 있었다. 


머리가 너저분해서 바람이 불 때마다 앞머리가 멋대로 헝클어져 모자를 쓰지 않으면 계속 날렸다. 하지만  이제는 잘라야 될 때가 온 것이다. 일단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여기 미용실 어떠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절대 가지 말라는 것. 중학교 두발 정리할 때처럼 짧은 밤송이머리가 된 다는 것이었다. 외국인과 두상이 다르니까 잘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어쭙잖은 영어, 독일어로 설명했다가는 대충 밀어버릴 것 같은 미용사의 표정이 그려진다. 그래서 나는 P양에게 부탁해서 머리를 잘라달라고 했다.




<바리깡이 멈춰버려>


친구인 Y양도 남자친구 머리를 잘라준다고 했다. 그래서 Y양에게 이발기구를 빌렸다. 유튜브에 셀프컷을 찾아보고 이렇게 잘라달라고 P양에게 부탁했다. P양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나를 인형처럼 꾸밀 수 있다는 거에 맑은 눈의 광인이 된 것이다. 영상을 보고 바리깡으로 옆머리를 신나게 미는데 점점 바리깡의 힘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충전기를 급하게 꽂으려고 했지만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옆머리에 구멍이 난 체 우리는 바리깡을 사러 갔다. 모자를 눌러썼지만 좌우 비대칭이 심했다. 그래도 P양과 돌아다닐 때는 단 둘이 지구에 있는 느낌이라 괜찮았다. 이왕 셀프미용으로 계속 이발해야 된다면 조금 괜찮은 제품으로 사야 될 것 같아서 길이 조절 탭 기능도 있고 부가적인 물품도 주는 세트 킷을 구매했다.


잘 자르고 있는 거 맞지?..

머리를 자르면서 뭔가 당했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잘라준 게 고마웠다. 처음 해보는 가위질과 이발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조심스러운 바리깡의 움직임을 느꼈다. 코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도 다 봤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줘서 그런가 머리도 예쁘게 잘 됐고 미용사였던 동생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머리를 보여주니 잘 잘랐다는 칭찬도 해줬다. 뭔가 챙겨줘야 될 것 같은 P양은 항상 잘 해낸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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