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를 드릴 순 없지만
이렇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이유도 몸이 서서히 변화하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운동은 가장 효율적인 투자가 아닌가 싶다. 대학은 4년이나 투자했지만 졸업 후에는 무엇을 해야 될지 더 헷갈렸다. 취업도 1년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불확실함에 컸다. 하지만 운동은 1~2시간만 운동하면 몸의 변화가 보이고 꾸준히만 한다면 성장할 거라는 확실함이 있다. 쉽지않은 해외생활에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지지 않도록 일단 운동복부터 입자.
한국에서 런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워라벨이 옛날보다는 좋아지고 바디프로필이 유행하면서 건강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새벽에 한강을 뛰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일출 런닝을 하는 사람도 늘었다. 퇴근하고 회식보다 건강관리를 위해 런닝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나는 두가지를 모두 다 좋아하는데 특히 군대에서는 일출 런닝을 많이 했다. 동해안에서 해뜨는 시간에 맞춰서 해변도로 런닝을 했다. 취업 후에는 회식으로 만들어진 술배를 만지고 이대로는 안되겠다면서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런닝 복으로 갈아입은 뒤 나가서 뛰었다.
퇴사 이 후에도 시간이 많아져서 항상 뛰었다. 군생활을 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달리기에 소질이 있다는걸 알았다. 물론 동기들은 마른 체형의 나를 보면서 생계형 마라토너라며 놀렸지만 체력 평가 때 페이스 메이커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달리기는 나에게 자존감을 올려주는 수단이다. 퇴사 후에도 계속 달렸던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달릴 땐 아무 생각이 안든다. 그저 내 숨소리를 들으면서 달리기만 하면 된다.
독일에 와서 내가 무엇을 직업적으로 가져가야 될 지 모르겠어서 일단 달렸다. 거의 포레스트 검프에 주인공마냥 달렸다. 맑은 공기와 유럽의 따사로운 햇빛이 좋았다. 뛰기 좋은 런닝코스가 있는 일룸파크도 한 몫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기 전까지 그 곳에서 항상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고 싶어졌다. 평화로운 공원, 가쁜 숨을 쉬면서 목표한 거리까지 달리는 사람들, 잘 관리되어 있는 나무들, 항상 들리는 새소리, 그 안에서 달리고 있는 나를.
그래서 유튜브 체널에 내가 뛰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냥 뛰는 영상을 올리면 재미 없어서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들을 넣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면 좋을 것 같고 런닝머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상을 틀어놓고 달리면 좋을 것 같다.
독일의 맑은 공기를 드릴 수는 없지만,
https://www.youtube.com/channel/UCVh-t8nlaS5bjTNEc5c26zg
앞으로도 계속 달리면서 기록을 해볼 생각이다. 숨이 가빠지면서 힘들어지고 멈추고 싶지만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알고 있다. 가쁜 숨이 주는 행복함을 잊어버린채 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