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PART - one> #신호 ⑤
창의테크밸리에서 닭을 키우기 시작한 건 올 3월부터였다. 정확히는 창의테크밸리에 입주한 어느 입주단체의 직원들이 키우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 단체는 청년들의 주거와 일 그리고 취미와 관련된 정보들을 공유하는 비영리단체로 1인 도시생활자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있었다. 단지 입주자들로부터 ‘창의농장’이라고 불리우는 이 프로젝트는 단지 내 유휴공간에 대한 사용계획서를 제출하면 일정기간 동안 공간의 사용을 허가해주는 창의센터의 공간 지원 공모(공개모집) 사업에 최종 체택된 사업이었다. 이들은 공모사업계획서에 야외마당 한 편에 닭과 토끼 이 두 개체의 가축을 키워보겠다고 적었다. 현대에 이르러 도시에서 사라졌으나, 꽤 근래까지 경제적 소득 또는 반려의 이유로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의 공간을 도시생활 속에 재복원해 보겠다는 취지였다.
제안서가 채택된 후 이 단체는 사용하지 않는 폐건물 앞마당에 높이 2미터 바닥면적 6평 사이즈의 철제 그물망 케이지를 세우더니 진짜로 닭 열두 마리와 토끼 세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들 개체는 창의테크밸리로 드나드는 네 개의 출입구 중 사용하지 않는 세 번째 후문 쪽 버려진 땅을 차지하고 인간들이 만들어 준 철창 안에서 한 철을 살았다. 날이 풀리자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농장 주변도 꽤 분주해졌다. 사람들은 일부러 들려 모이함에서 모이를 꺼내주기도 하고 물통에 물을 채워주기도 했다. 누군가는 꽥꽥 소리를 질렀고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다. 나인도 닭장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모이를 휙휙 뿌려주고 나온 적이 있었다. 닭장은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컸으며 이상하게 닭들은 잘 울지 않았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농장 안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나인이 닭장 안의 이상을 감지한 건 닭의 수가 이미 반토막이 난 후였다. 이미 그때는 열 두 마리였던 수가 일곱 마리까지 줄어들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건물 뒤 측 방치된 뒷산을 떠도는 들개 한 마리가 담장을 넘어와 닭 사냥을 하고 축 늘어진 닭을 물고 숲 안으로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는 목격자가 나타났다. 농장운영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던 사람들에게 좋은 트집 거리가 생긴 것이었는데, 예상대로 이들은 들개들의 먹이나 키우며 입주민들의 안전마저 위협받게 되었다고 투덜대며 당장 닭장을 없애라고 센터를 압박하고 나섰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던 단체는 한동안 침착하게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나갔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지난해 말부터 단지 내 여러 청년들과 함께 진행해왔던 열린 대화 형식의 포럼을 사건 발생 이후에도 두어 번 더 열었고 대책마련을 위한 전문가 컨설팅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불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닭의 수가 일곱 마리에서 다시 네 마리로 줄어들자 주관단체는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고 센터에 알려왔다. 이들이 사업 중단의 사유로 적시한 내용은 닭의 생존조건 만들지 못했고 앞으로도 관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단체가 사업중단사유서에 적지 않고 센터의 담당자에게 구두로 전달한 내용에는 들개들이 닭을 먹잇감이라기보다 장난감으로, 즉 유희적 활동 차원으로 물어가는 것 같다는 전문가의 전언이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 먹잇감이기만 했다면 다른 먹잇감으로 대체할 수 있을 테지만 놀잇감으로 생각하는 한에는 닭 사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자 더 이상 도시에서 닭을 키우지 말라는 엄중한 조언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살아남은 닭과 토끼는 어느 농촌지역으로 옮겨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람들은 어느 덧 닭들이 살기 좋은 농촌지역으로 옮겨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보다 많은 수가 운명을 달리했다는 끔찍한 사실은 금방 잊혀졌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더 이상 닭들의 행방을 궁금해 하지 않았고 꼭 없던 일처럼 동시에 함구했다.
하루 아침에 사라진, 태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도 같이, 하얀 눈 위 난 족적이 금새 내린 눈에 흔적도 없이 지워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책의 어떤 페이지가 흔적도 없이 뜯어 진 것처럼, 모두 다 함께 침묵했다. 그들은 전지전능한 포식자들 같았다.
이 프로젝트의 공식명칭은 <도시에서의 공생>이었고 나인은 종종 그걸 ‘공멸’이라고 읽었다.
소설 <PART>는 one, two, three 등 총 3부로 구성될 예정이며 위 글은 그 중 1부(one)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