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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B Oct 08. 2021

영어 이름과 한국 이름 사이

My Name is... 내 이름은


“ Hi, Soyeon!”


    소연. 밝을 소, 아름다울 연. 아빠가 작명소에서 지어 온 한자 뜻이 너무나도 좋은 내 이름이다. 나는 내 이름이 조금 더 특별하기를 바랐다. 많은 한국인들의 이름이 그러하듯이, 너무나도 흔한 이름인 데다가, 비슷한 이름이 너무 많아 특별한 존재감 없이는 쉽게 기억하기가 어려웠다. ‘yeon’이라는 영어 발음이 없어서 외국인 친구들도 내 한국 이름을 부르는 걸 많이 어려워했다. 그중에 어떤 이들은 내 이름이 어렵다면서 ‘Soy~n’에서 나온 ‘Soy Bean 콩’ 이라는 내가 싫어하는 이름 별명을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영어 이름을 만들었다. 내 이름이 어려운 사람들이 부르던 ‘Hey, Lee!’에서 만들어진 지금의 내 영어 이름 Hailey 헤일리. 무조건 영어 이름을 써야만 했던 영어학원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시작해, ‘Korean Hailey 코리안 헤일리’라는 나의 브랜딩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익명성이 조금 들어가 있으면서, 나를 잘 드러내 주는 것 같아 헤일리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도 외국인들의 생소한 이름을 듣고 바로 기억하기가 어렵듯이, 외국에서는 한국식 이름을 기억하거나 발음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의 많은 외국인 친구들은 물론이고, 한국인 지인들까지 모두 내 영어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흔하고 흔한 내 이름 ‘이소연’에서 ‘헤일리’가 더 익숙해지고 있는 중에 캐나다로 갔다. 


    한국인이 많지 않은 캐나다 중서부 도시 사스카툰에 살고 있는 시댁 식구들을 만났다. 나는 항상 외국인들에게는 한 번에 기억할 수 있고,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쉽게 알 수 있는 영어 이름을 알려줬다. 캐나다에서도 처음 만난 이들에게 나를 Hailey 헤일리로 소개했다. 캐나다 가족들은 조금 더 쉽게 기억하고 부를 수 있는 나의 영어 이름이 아닌, 남편이 부르는 나의 한국 이름 Soyeon 그대로 부르기를 원했다. 캐나다 부모님은 물론, 88세의 캐나다 고모할머니, 만 3세 조카까지 모두. Soyeon을 기억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불러주었다. 가끔 내 이름을 친구처럼 부르는 나이가 훨씬 어린 조카들에게나,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가족들 이름을 불러야 한다는 게 당황스럽기도 했다. 호칭이 중요한 한국과 너무 다른 문화가 어색해서, 처음에는 Hey라고만 하기도 했다. 가끔 가족들은 Soo yeon 수연, 혹은 So lin 소린 같은 이름을 부르기도 했지만. Hi, Soyeon 은 캐나다에서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영어 문화권에서 이름은 특히나 중요하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호칭 정리를 위해 대뜸 나이를 묻거나, 다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이름을 묻곤 한다. 이름 묻는 걸 잊어버리거나, 한 번 들은 이름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어 문화권은 보통 이렇게 시작된다. “Hi, How are you? What’s your name?” 만 3세가 된 조카 Summer 도 처음 만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고, 커피 주문을 할 때마다 내 진짜 이름을 말해야 했다. 가족들을 부를 때도 ‘엄마, 아빠, 이모, 삼촌’ 이런 호칭이 아닌 진짜 이름을 부른다. 나이가 얼마나 많고 적은 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름을 부른다. 만 90세가 되어가는 고모할머니에게 ‘Antie Novia’ 라고, 막내 삼촌에게는 ‘Uncle Greg’ 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들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은 겨우 기억하지만, 고모들이나 삼촌들의 이름은 정말이지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고 누군가 그들을 부르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호칭보다는 이름이 더 중요한 영어 문화권에서, 나의 영어 이름 ‘헤일리’보다 한국 이름 '소연’을 훨씬 더 많이 들으면서. 내 이름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고, 이름으로 대표되는 나에 대해서 조금 더 돌아보기도 한다. ‘나’를 더 생각해 보며 ‘나’를 조금 더 살펴보게 되었다. 아무것도 보잘것없었지만 이름을 불러주자 꽃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나도 나의 이름을 더욱 사랑스럽게 불러줘야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더욱 다정하게 불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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