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사스카툰에서의 여름 (2021)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캐나다의 중서부 사스카툰. 우리가 흔히 들어본 대도시 밴쿠버, 토론토와 달리, 캐나다인들만 알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일 것이다.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초겨울 날씨는 10월부터 최고로 추운 12월과 1월을 지나 가끔 눈이 내리기도 하는 4월까지, 어마어마한 추위와 겨울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의 여름은 참 귀하고 반갑다.
캐나다에서 여름을 온전히 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0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어학연수를 했을 때, 미국 동부지역을 여행하며 이틀 동안 캐나다 동부에 있었던 걸 제외하고는 말이다. 캐나다로 오기 전 한국에서 엄청난 폭염으로 고생할 때라 빨리 오고 싶기도 했다. 다만, 한국에서의 여름옷을 챙겨 오다 보니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이곳의 날씨를 가늠하지 못했다. 7월인데도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 수도 있구나, 8월인데도 이런 한국의 가을 날씨가 될 수도 있구나.
올여름은 전 세계의 이상기후가 발생을 하였다. 캐나다는 BC주가 있는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로 고생을 하였는데, 그곳에서 수백 킬로 떨어져 있는 이곳 사스카툰에서도 산불 영향이 있었다. 캐나다의 대자연과 예쁜 하늘은 너무나도 유명한데, 잿빛 하늘이 가득했다. 서울에서 미세먼지 가득한 날에 만나볼 수 있는 그런 회색빛 하늘이 몇 주간 지속되었다. 캐나다에서 백신을 모두 맞은 사람들이 70% 가까이 되면서, 사스카츄완 주에서는 7월부터 많은 부분들이 코로나 프리가 되었다. 어디에서나 마스크는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되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나 역시 마스크를 전혀 착용하지 않고, 큰 쇼핑몰이나 대형마트에 갈 때는 가끔 마스크를 착용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의무는 아니다.
겨울이 유난히 긴 사스카툰에서는 여름을 최대한 많이, 제대로 즐겨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사스카툰에서 3시간이 좀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한 Waskeisu 국립공원에 많이 여행을 간다. 호수 주변으로 펼쳐진 자연 관경을 따라 만들어진 국립공원이다. 내가 알고 있는 호수의 개념은 일산 호수공원의 호수 정도인데, 캐나다에서 말하는 호수는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는 마치 바다와 같은 호수였다. 어찌나 큰지 바람이 불면 바람을 따라 물결이 이는데 마치 파도가 치는 것 같다. 사스카툰에서 바다나 산을 보기는 어렵기에, 여름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호수에 온다. 주변에 있는 별장을 사서 여름을 지내는 캐나다인들도 있고, 리조트나 호텔이 있어서 그곳에서 머물기도 한다. (국립공원이라 그런지 모든 가격들이 어마어마하다!) 우리 캐나다 가족들도 일주일 동안 11명의 식구들과 함께 지냈다. 매일 Waskeisu 국립공원의 트레일을 찾아서 걸었고,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리조트에 있는 수영장 워터슬라이드도 마음껏 탔다. 다양한 여름 스포츠와 짚라인을 즐기는 건 물론, 이곳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 코요테, 사슴, 엘크 등을 만나기도 했다.
캐나다의 너무나도 추운 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여름이 어김없이 돌아온다. 그리고 이 여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여름이 찾아오면 모든 순간순간들을 만끽하게 된다. 가끔 내 하루에서도 내 인생에서도 너무나도 긴 겨울을 만나고는 하지만, 언젠가 싱그러운 여름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여름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겠지. 2021년의 나의 특별한 사스카툰에서의 여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