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10월 17일 기고글
가을이 되면 유독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계절 변화는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을철에는 일조량 감소와 낮아진 기온으로 인해 두피의 유분 분비가 줄어들고 모발 성장 주기가 일시적으로 변화한다. 특히 건조한 날씨는 두피를 자극해 모발이 더 쉽게 빠지게 만든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24만 명이며, 그중 9월부터 11월 사이에 방문한 환자가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가을철 탈모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닌 셈이다.
이처럼 탈모와 모발 건강은 많은 현대인의 관심사다. 그런데 잘못된 정보가 상식인 양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오해는 문제를 개선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잘못 알려진 탈모와 모발 건강에 관한 상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관리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머리를 자주 감으면 모발이 약해져 탈모가 심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두피와 모발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머리를 감지 않아 노폐물과 유분이 쌓이면 모낭이 막혀 모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두피 타입에 맞는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다. 지성 두피에는 과도한 유분을 제거하는 샴푸가, 건성 두피에는 보습 효과가 있는 샴푸가 적합하다. 또한, 너무 뜨거운 물 대신 미온수로 머리를 감고, 강한 자극을 피하며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세정하는 것이 좋다.
모자를 자주 쓰면 두피가 숨을 쉬지 못해 탈모가 진행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미국피부과학회(AAD)는 모자 착용이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두피는 모자를 써도 충분히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모자 착용이 직접적인 탈모의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모자는 자외선으로부터 두피와 모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강한 햇볕에 포함된 자외선은 모발 단백질을 손상시키고 두피를 자극해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모자 착용은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모자를 오래 쓰면 땀과 유분이 쌓여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모자와 두피의 청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켜 모발 성장 주기를 방해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지만, 모든 탈모의 원인은 아니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 호르몬 변화, 영양 부족,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따라서 탈모를 예방하거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생활 습관 개선뿐만 아니라 원인이 되는 질병에 대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탈모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 종합적인 관리가 탈모 예방의 기본이다.
시중에는 탈모 예방이나 치료를 돕는다는 다양한 종류의 샴푸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인 함유 샴푸, 케라틴 보충제, 비오틴 영양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만으로 탈모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다.
카페인 샴푸는 두피의 혈액 순환을 촉진해 모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은 아니다. 비오틴도 모발 건강에 필요한 비타민이지만, 비오틴 결핍이 없는 사람이 추가로 섭취한다고 해서 탈모가 개선되지는 않는다.
탈모 치료를 위해서는 미녹시딜(minoxidil) 같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외용제를 사용할 수 있다. 미녹시딜은 혈관 확장 작용을 통해 모낭에 영양 공급을 증가시켜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 그러나 사용을 중단하면 효과가 사라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부작용 위험도 있으므로 사용 전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탈모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의 도움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와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 같은 경구용 탈모 치료제가 있다. 이 약물들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억제해 남성형 탈모의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약물 치료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탈모 진행을 억제하거나 일부 개선을 도울 수 있지만, 모든 경우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성기능 저하, 우울감 등 부작용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여성이나 어린이는 호르몬 불균형의 위험이 있어 이 약물 복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특히 임신 중인 여성의 경우 이 약물의 부서진 조각을 만지는 것조차 피해야 한다.
따라서 탈모 치료는 약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 습관 개선, 영양 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먹는 약은 그중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탈모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학적 방법이 있다. 각각의 방법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먼저, 모발 이식 수술은 자신의 건강한 모낭을 탈모 부위로 이식하는 방법으로, 영구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고 수술 후 관리도 필요하다.
또한 저출력 레이저 치료(LLLT)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모낭 세포를 자극해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지만,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 밖에 성장인자나 줄기세포를 이용한 주사 치료법도 있다. 이는 모낭의 재생을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전문 의료진과의 심도 있는 상담이 우선되어야 한다.
철분, 아연, 비타민 D, 단백질 등의 영양소는 모발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영양소 섭취가 부족할 때 ‘휴지기 탈모’라고 불리는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채식주의자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과도한 영양제 섭취는 오히려 모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 A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탈모가 심해질 수 있으며, 아연을 과다 복용하면 면역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혈액 검사를 통해 부족한 영양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탈모는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의료 전문가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길로 갈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탈모를 해결해 준다는 뜬소문에 혹해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모발 건강을 관리하자. 하루아침에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작은 노력이 쌓이면 분명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D%83%88%EB%AA%A8%EC%97%90-%EA%B4%80%ED%95%9C-%EC%98%A4%ED%95%B4%EC%99%80-%EC%A7%84%EC%8B%A4/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