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사막으로 들어가는 입구
사실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짐을 꾸려서 전에 묵었던 사막의 호텔로 찾아가서 짐을 풀고 일주일 정도 있다가 돌아올 생각이었다. 매일 사막으로 산책을 나가 가만히 뜨거운 사구에 앉아 모래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나 듣고 와야지, 했다.
전번에 갔을 때도 가장 좋았던 순간이 혼자서 사막 속을 누비다 돌아왔을 때였으니까.
첫 산책 때 아무 생각과 준비 없이 나갔다가 너무 멀리 나가 갈증으로 괴로워하다가 하늘이 도우사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에게 물을 얻어 마시고 내려와서 평소엔 마시지도 않던 콜라 한 병을 원샷했던 것이 떠올라키득거렸다. 그 다음부터는 물과 스카프 없이는 절대 사막으로 나가지 않았지.
사막 산책의 마지막 기억은 모래언덕 꼭대기에 드러누워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를 크게 틀고 한참을 있었던 것이다. 그때도 뭔가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가면 아쉬움 없을 정도로 실컷 머물다 돌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 홀가분히 사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사막으로 홀로 떠나던 날 친구들은 아주 자그마한 코란을 내 손에 꼭 쥐어줬다. 그리고 신의 가호를 빌어줬다.
충만해진 마음으로 출발했건만 그 시작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버스 앞에 앉았던 아이가 토했고 그걸 바닥에 뒀던 내 가방이 고스란히 받아냈다. 그걸 닦아내느라고 두루마리 휴지 두 통은 다 쓴 것 같다. 겨우 다 닦아냈을 즈음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아직 해도 안 뜬 이른 새벽이었던 데다가 내가 가려는 호텔을 아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의이름을 알아냈지만 그곳까지 가려면 대중교통이 없었고 일반 택시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했다.
새벽 4시에 도착했건만 아침 9시가 되도록 나는 여전히 터미널 주변을 맴돌뿐이었다. 운전기사나 중간 매개인이 끈질기게 달라붙었고 나는 끈질기게 버텼다.
“이봐, 아가씨, 대체 어디 가려고?”
“또 당신이야? 사막에 있는 호텔이야. 엘프나라고,”
“거기? 사막에서 투어하게? 내가 좋은 곳 아는데.”
“몇 번을 말해, 됐어. 난 그 호텔에 가고 싶을 뿐이야.”
“택시 타.”
“하지만 모두들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던걸!”
“야, 너도 참, 그 많은 돈 쌓아서 뭐 하려고? 너 돈 많잖아. 여행객이 우리 불쌍한 사람들 좀 도와주면 안 되냐?”
“아저씨, 저 돈 안 많아요. 그리고 정말 힘들게 여행하는 중이고. 그렇게 돈이 많아서 낙타 타고 가서 하룻밤 사막에서 먹고 자고 다시 돌아오는 그런 투어에는 전혀 관심 없어요. 그러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내버려 둬요.”
“그래? 그럼 그 호텔 가서는 뭐하려고?”
“사막을 보고 싶어. 사막에 머무르면서 산책도 하고 그러려고.”
“사막을 본다?”
“......”
“이봐, 아가씨, 당신이진짜 원하는 게 뭐야?”
눈빛이 달라졌다. 아까 처음 접근했을 때와 태도가 달랐다. 그저그런 흔한 호객꾼에 지나지 않았는데 질긴 대화 끝에 뭔가 달라졌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그동안 내가 가고 싶었던 사막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는 감이 왔다. 그래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내 앞에 앉은커다랗고 시커먼 남자는 내 이야기에 진지하게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더니 전화를 몇 통 돌리며 알 수 없는 아랍어로 대화를 나눴다.
몇 시간뒤 나는 거짓말처럼 검은색 베르베르 전통 연미복을 입은 여자들 틈에 끼어 사막으로 향해가는 버스 안에서 함께 덜컹거렸다. 웃으면 누렇고 시커먼 이가 한껏 드러나는 사막의 아저씨들도 함께였다.
나름 벤츠이지만 수십 년 전 유럽의 어딘가를 누비다가 기구한 팔자로 이곳까지 실려 왔을 승합차를 운전하는 하싼은 영어를 꽤 잘했다. 지금은 고물차나 끌고 다녀도 한때 잘나가는 가이드였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내가 사막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는 말도 전했다.
순간 멍해졌다. 모든 일이 갑자기 술술 풀려서 굉장히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던 것.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하싼의 전화번호를 받아 적으면서 역시 간절히 구하면 어떻게든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생각하며 이 행운을 만끽하기로 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