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짤막한 사막일지 #1

_ 떠돌다

by Snoopyholic

소금 물기를 머금고 바람에 날린 모래들이 따갑게 얼굴을 때렸다. 스카프를 둘러 조금이라도 가려보지만 모래는 어떻게든 침투했다. 맨살이 드러난 종아리는 쓸린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서둘러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실눈을 뜨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 멀리 기도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심하게 모래바람이 부는데도 그는 메카를 향해 경건하게 기도를 올렸다. 대체 어떤 간절함이기에 하루에 다섯 번씩이나 저렇게 기도를 올리는 것일까. 서성여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았지만 서두르던 발걸음을 멈추고 남자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멀리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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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간절함을 생각했다.

여전히 바람에 실려 온 모래들이맹렬하게 내 종아리를 때렸고 얼굴로의 침투를 시도했다. 모래가 부딪치는 소리와 바람의 소리가 윙윙거렸다. 남자가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나의 마음에 문장 하나가 남았다.


‘사막으로 돌아가자.’


남자도 나도 가던 길을 갔다. 바닷가에 부는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듯 조금은 잦아져 있었다.

숙소로 돌아왔지만 조금은 당혹스러운 마음이었다. 사막으로 돌아가라니. 이미 한 번 이곳 모로코의 사막으로 다녀왔다. 그때 낙타가 날 모래바닥에 내팽개쳐서 온 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에 다녀온 튀니지아나 이집트나요르단이나 시리아의 사막들도 나에게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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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사막은 그냥 평범함 그 자체였다. 관광객들을 위한 낙타 여행이 옵션으로 있고 텐트를 세우고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사막의 남자들이 해주는 식사를 먹은 뒤 하룻밤 정도 별을 보며 모래 위에 세워진 텐트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 날 모래 언덕에 올라 해가 뜨는 걸 본 뒤 옵션에 따라 아침을 먹고 다시 낙타를 타고 문명으로 돌아오면 끝.

운이 좋다면 모닥불이 피워지고 사막의 남자들이 흥을 돋우며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것이다. 그럼 그 여정을 다녀온 사람들은 사막의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며 밤에 보는 사막의 별과 사막의 밤에 울려 펴지던 노랫소리와 낙타 위에서의 뜨거운 태양을 언급할 것이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사막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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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더 보고 싶었다. 뭔가 부족하다는 기분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눈을 돌리고 물어보고 알아봤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떤 사막에서는 낙타가 사륜구동으로 대체되었고 노마드는 더 이상 여행하지 않았다. 집을 짓고 부락을 이뤄 정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막 마을의 집을 별장처럼 두고 아예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금전적 시간적 제약이 있는 여행자로서는 더 이상 뭘 알아낸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에 깊은 사막을 본다는 것은 포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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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꾸만 다른 도시들을 떠돌았다. 바다를 맴돌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사막에 대한 갈망도 함께 커져갔다. 그러다 다시 그 목소리를 듣고 만 것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깊은 사막을 볼 수 없다 할지라도 사막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이 자신들도 사막으로 갈 예정이니 여정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물어왔지만 그들이 가게 될 사막은 이미 내가 겪어본 사막일 것임을 알기에 정중하게 사양했다.

내 목적을 이루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나는 혼자여야 했으므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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