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짤막한 사막일지 #3

_ 사막의 얼굴 없는 신부

by Snoopyholic

둥둥둥 사막의 밤에 북소리가 퍼져 나갔다. 남자와 여자들의 기묘한 노랫가락이 북소리에 입혀져 길게 뽑아졌다. 사막의 사람들은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췄다. 처음에는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분리되어 한 줄씩 추다가 차츰차츰 남자들이 다가와 여자들 앞에 한 줄로 쭈르르 대열을 정비하며 몸을 흐느적거린다. 여자들은 모두 전통 무늬가 수놓인 커다란 숄을 뒤집어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춤과 노랫소리와 북소리가 점차 고조되고 춤사위도 격렬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춤을 춘 남녀들이 만난다. 웃으며 인사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오면 마당 하나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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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람들은 끊임없이 돌아가며 북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췄다. 뭔가 흥은 있는데 그렇다면 이 행사의 주인공이 어디에 있을까. 보이지 않아서 찾아봤는데 쉽지 않았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힘겹게 알아보니 이건 신부를 위한 잔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신부는 어디 있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웬 자루를 하나 가리켰다. 주변으로 반짝이는 물건들이나 옷감, 가방, 신발 등 선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쌓여 있고 풍채가 넉넉한 아낙들이 그 자루(?)를지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정말 꿈지럭거리는 것이 속에 사람이 든 것이 맞았다. 뭔가 의식 뒤에는 얼굴을 볼 수 있겠거니 싶어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조금 뒤에 손을 씻는 물이 등장하더니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어느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아 신부 측 가족들이 기쁘게 내오는 음식을 먹었다. 에피타이저는 꼬치구이가 나왔고 메인으로는 쿠스쿠스가 나왔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그룹의 가장 나이 든 여자가 나눠주는 대로 음식을 먹었다. 국물이 자박한 쿠스쿠스를 떠먹는데 모래가 서걱서걱 씹혔지만 그건 사막이 주는 자연 향신료라생각하기로 하고 꼭꼭 씹어서 꿀꺽꿀꺽 잘 삼켰다. 음식을 다 먹은 뒤 후식은 달콤한 사막의 민트티와 멜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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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밝게 불을 밝힌 것은 아니었지만 사막의 달빛과 별빛 아래서 이런 축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내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모두 사막의 노마드들인 듯했는데 수많은 사륜구동 자동차들이 빽빽이 주차되어 있었다. 젊은이들은 노래 부르고 춤추느라 바쁘고 나이 든 여자 어른들은 자루 속에 든 신부를 지키느라, 남자 어른들은 어느새 피운 모닥불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편하게 비스듬히 누워서는 차를 홀짝이며 담배를 피우느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도 없어 보였다. 아직 어둑어둑했을 땐 아이들이 엄청나게 뛰어다니더니 시간이 흐르고 저녁식사까지 끝나니 그야말로 다들 초토화됐다. 다들 엄마 치마 밑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런 와중에도 신부는 계속 자루 속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얼굴 없는 덩어리 신부는 누웠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했다. 다행이 식사때는 여자들이 그 속으로 음식을 넣어주어서 밥을 먹기는 하는것 같아 안심이었다. 자신의 결혼을 위한 축제인데 본인은 즐길 수 없는 이 아이러니는 무엇일까에 대해 한참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면 주변에 친구들도 결혼할 때 제대로 즐겁게 놀며 하는 건 본 적이 없었으니 그런 맥락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었다.


식사까지 마치고 뭔가 슬슬 지루해지려 하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바뀌었다. 우선 향로가 나와 사람들에게 독특한 향을 입혔다. 그러면서 아까부터줄곧 나던 여자들의 노랫소리가 좀 더 깊고 심각한 선율로 변하고 신부 주변에 있던 여자들이 자루 속 신부를 일으켰다. 나는 드디어 신부의 얼굴을 보는구나 싶어서 얼른 최대한 가까이 진입했다. 그들은 신부에게 아까 하객들에게 입혔던 향을 입히더니 발부터 차근차근 동여매기 시작했다.


동여맨다 함은 발을 발싸개로 감싼 뒤 신발을 신기고 손도 비슷하게 해서 나중에 덮개를 씌우듯 씌웠다.

그러더니 굉장히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천으로 된 옷을 몇 겹을 입히고 또 입혔다. 얼굴을 가리던 천을 살짝 들고 화장을 시키기에 드디어 신부의 얼굴을 보는가 했지만 화장이 끝나자마자 그녀들은 신부의 얼굴을 몇 겹을 싸고 또 쌌다. 그리고는 주렁주렁 목걸이를 걸어주더니만 신부를 대기하고 있던 자동차 가까이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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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청년들이 몇 나타나서 신부의 떠나는 길을 방해했다. 몇 번의 실랑이가 있다가 결국 그녀를 차에 싣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 친척들이 줄지어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흠집 하나 없이 고이 싸매진 채로 신랑 쪽 지역으로 가서 사흘 밤낮 동안 혼례를 치른다고.


나는 얼굴 한 번 볼 수 없었던 신부의 행복을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을 뿐......마침내 얼굴을 드러낼 신부의 결혼식이 아름답기를 바랐다.


마을의 남은 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 내가 묵게 될 집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아주 작은 트럭에 거의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빼곡하게 올라탔다. 지금에서야 파노라마 풍경사진으로 상상해보면 반달이 훤하게 높이 떠 있고 까만 하늘과 까만 사막의 실루엣, 그리고 그 가운데를 달리는 트럭......꽤 로맨틱한 전경이 그려지지만 세밀화로 들어가서 살펴보면 좁고 작은 트럭의 짐칸에 스무 명의 사람들이 뒤엉켜 저마다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느라 하늘의 달과 별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전혀 없는 모습이다. 그나마 서로를 배려해서 차가 이상하게 쏠릴 때마다 큰 소리로 운전자에게 경고해주는 일이 전부. 처음엔 어색하고 고단해했지만 나중에는 서로 웃으면서 헤어졌다.


타타라는 이름을 가진 노마드의 집에서 며칠 지내기로 했다. 기약은 없었다. 일주일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 혼자서 조심스레 가늠해봤다. 바깥에는 반달이 여전히 훤했다. 배낭 속에서 칫솔을 찾아 양치질만 대충 하고 뭔가 벅찬 마음을 안고 잠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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