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사막의 낮, 그리고 밤
이사막에서의 삶이란 참으로 서글프고 고단하구나 싶었던 순간도 잠시, 몰려드는 잠의 안내를 따라 이제 낮잠을 좀 자볼까 하는데 타타의 부인이 나의 팔을 이끌었다. 어디론가 가자는 말 같아서 따라나섰다. 우물보다 조금 멀리까지 나갔을 즈음 그녀는 내게 다짜고짜 비닐봉투 하나를 주며 낙타 똥 하나를 줍더니 넣었다. 아하, 낙타 똥을 주워서 넣으라는 말이군. 내가 주변을 둘러보다 눈에 띈 것을 주우려 하자 그녀가 나를 저지하더니만 다시 한 번 똥 두 알을 가져와서는 잘 마른 것은 넣고 젖은 것은 버렸다.
흠, 아주 바짝 마른 똥만 넣으라는 말이구나.
아마도 내가 여태껏 맛있게 먹었던 빵들을 구운 연료가 이것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정말 맛있게 먹었고 그게 반죽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열심히 줍기로 했다. 금세 할당량인 한 봉지를 채워서 내밀었다.
타타의 부인이 환하게 웃었다.
연료 채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좀 씻었다. 오후 내 강렬한 태양에 덥혀진 플라스틱 통속의 물과 찬물을 섞어서 사용하는 체계였다. 물론 빈 물통에 물을 다시 채워 오는 것은 에티켓이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 내가 아침에 길어온 물을 사용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딱히 다른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기꺼이 그렇게 했다. 씻고 난 직후부터 다시 땀이 흐르기 전까지는 잠시나마 시원하고 상쾌했다.
사막에서 지내는 동안 목이 마르면 사막의 노마드들이 특수하게 처리를 해둔 통 속의 물을 마셨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통의 물은 찌는 태양의 기운을 피해 종일 내내 시원했다. 마치 사막의 노마드가 마법이라도 부려둔 것만 같았다.
물론 과학으로 설명하자고 달려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냥 사막의 신비로 남겨두기로 했다.
시간은 금세 지나갔고 저녁이 되자 타타 부인의 언니가 다른 마을에서 찾아왔다.
과일이며 음식이며 잔뜩 실어가지고 왔다. 덕분에 저녁은 엄청나게 포식했다. 결혼식에 이어 멀리서 온 손님 덕분에...... 역시 먹을 복 하나는 끝내준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배를 뚜들겼다. 방에서 자겠냐고 했지만 모두 더운 날씨에 밖에서 자는데 나만 그러는 것도 웃겨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밖에서 자겠다고 했다. 사막의 모래가 푹신한 요가 되어줬고 촘촘히 박힌 별들이 수놓인 까만 밤하늘이 내 이불이 되어주었다.
얼마나 그렇게잠들었을까, 뭔가 묵직한 것이 턱 놓이는 느낌에 눈을 번쩍 떴더니 타타가 모는 염소들이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잠들었다. 이걸 어쩌나 싶었지만 사막의 밤은 쌀쌀한 한기가 있었기 때문에 염소의 체온이 따스해서 다시 푹 잠들었다.
해가 뜨는 즉시 더 이상 밖에서 잠들 수 없어지는 것이 사막 침실의 단점이다.
여자들은 자리를 옮겨 늦잠을 잤다. 물론 잠에서 깬 뒤의 일상은 똑같았다. 부인이 갓 구운 빵에 올리브유와 대추야자 엑기스를 발라 민트티를 곁들여 먹는다. 물통을 잔뜩 들고 가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물을 길어온다. 나는 나무 위 내 자리로 가서 기록에 열중하고 사막이 내게 들려주는 특별한 노랫소리를 듣는다. 아마도 그동안 다른 식구들은 그늘집에 늘어져 대추야자를 먹으며 차를 마시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는 것 같았다.
이날은 혼자서 더 긴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무슨 일인가 했다. 낯선 영국인이왔는데 이 가족과는 친분관계가 있는 가이드이자 호텔의 사장으로서 무작정 왔던 여행에서 모로코에 반해버린 뒤 10년 동안 애를 태우다 아예 이곳에 정착했다고 했다.
오랜만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같은 즐거움이었다. 그는 내가 혼자서 어떤 상업적 도움 없이 이곳에 온 것에 대해 흥미로워했다. 그러나 내가 이곳 사람들이 마시는 물을 함께 마신다고 하자 깜짝 놀라더니 큰일 날 수도 있다며 가지고있던 생수를 모두 주고는 손님들을 데리고 홀연히 떠났다.
재미있던 건 그날따라 아이들이 평소와는 다른 꼬까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인데 어디선가 자동차 소리만 들리면 모두 우르르 뛰어나갔다가 손에 과자나 펜 같은 것을 들고 돌아왔다. 주니까 먹기는 했지만 과연 이게 좋은 일인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오지나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로 갈 때 펜이나 연필을 잔뜩 들고 가서 나눠주며 좋은 일 했다며 좋아하는 것을 봐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것들이 집 주변에 방치된 채 모래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발견했다. 펜이란 결국 종이 없이는아무런 소용도 없는 무언가라는 걸 그때야 제대로 깨달은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종이들을 내어주자 아이들이비로소 그 펜을 사용해서 종이 위에 무언가를 그리고 할 수 있었던 것을 똑똑하게 기억한다.
그날 밤의 하늘은 구름과 달이 펼치는 밤하늘의 오케스트라였다. 어두운 밤하늘에 구름들이 지네들끼리 뭉쳐 흘러 다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이 아름다운 공연의 지휘자는 바람이었다.
아까 사막에서 먹이를 찾는 긴 여정을 마치고 퇴근해서 돌아오던 염소 한 녀석이 머리를 디밀며 쓰다듬어달라고 막무가내더니 그날 밤 내 옆에 잠들었던 녀석이 그녀석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덕분에 포근했던 밤이었다.
to be continued................